정부가 서울에 32만호 등 83만호를 쏟아내는 공급대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은 안정세는 커녕 새 아파트로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대책 발표 후 공공주도로 개발하는 사업장의 경우 재개발·재건축 우선공급권(입주권)을 주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기존 인기 아파트의 호가가 더 오르고 있다.
7일 서울과 수도권에 위치한 몇몇 신축단지 인근 중개업소들은 “매수자가 늘고 매도자들은 호가를 올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2·4 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후 단기적으로 신축 아파트와 신축 아파트 입주권의 몸값이 더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서다.
4년차에 접어든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도 발표 직후 호가가 최대 1억5000만원 이상 상승했다. 이 단지 인근 Y공인 대표는 “대책이 나온 후 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의 매매거래가 어려워지면서 수요가 신축 아파트에 몰릴 것이라고 본 매도자들이 하루 걸러 하루 호가를 올리고 있다”며 “대책 이전 20억원 중후반대였던 호가는 최대 22억원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2·4 대책을 통해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매수자에게는 공공 주도 개발 이후 우선공급권을 주지 않기로 했다. 재개발, 재건축 사업지가 향후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등에 포함되면 개발이 이뤄진 이후 무조건 현금청산된다. 사실상 거래를 묶어버린 것이다. 매수세들은 공공 주도 개발 가능성이 낮은 곳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신축 아파트다. 시장에서는 "새 아파트로 풍선효과가 시작됐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동작구의 H중개업소 관계자는 "만약 공공주도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이 된다면 차익을 볼 수 없고 현금청산 규제가 걸릴텐데, 선뜻 사겠다고 나서는 수요자들이 있겠나“라며 ”사업지 지정이 이뤄지기까진 매매 거래가 거의 이뤄질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재건축 단지들도 당분간 거래가 막혀 호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공공 재개발·재건축이 절대 안 될 모호한 구축이나 비싼 신축만 골라서 사야 한다”, “공급이 언제 될지도 모르는데 계속 전·월세만 살라는 말이냐” 등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몇몇 단지 인근 중개업소들도 “집을 사겠다고 희망하던 이들이 매수 의사를 철회한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노원구 상계동 인근 재건축 예정 아파트를 주로 중개하는 Y공인 대표는 “집 사겠다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투자 목적이면 매매를 보류하라고 말렸다”며 “앞으로 공공 주도로 재건축이 진행되기라도 하면 현금청산을 해야 해 투자성이 떨어져서다”라고 말했다. 광명 하안동 재건축 추진단지 인근에 위치한 A공인 대표도 “기존에 집을 사겠다는 의사를 보였던 수요자들이 모두 일단 지켜보겠다고 한발 물러섰다”며 “공공주도 재건축이 진행될까 불확실성이 생긴 탓이다”라고 분석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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