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새해전야' 홍지영 감독 "외로움 담은 한국판 러브 액츄얼리 만들고 싶었죠"

입력 2021-02-07 16:24   수정 2021-02-08 00:22

휴 그랜트, 콜린 퍼스 등이 나왔던 ‘러브 액츄얼리’(2003년)는 여러 커플의 사랑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려내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오는 10일 설 연휴를 앞두고 개봉하는 홍지영 감독(사진)의 ‘새해전야’도 이와 비슷한 형식의 영화다. 김강우, 유인나, 유연석, 이연희, 이동휘, 염혜란, 최수영, 유태오, 중국 배우 천두링 등 9명 인물들의 사랑 이야기를 옴니버스 구성으로 제작했다. 개봉 전 열린 시사회에서 ‘한국판 러브 액츄얼리’라는 호평이 나오기도 했다.

“지금 봐도 ‘러브 액츄얼리’는 훌륭한 명작인데 그 비결은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의 힘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도 배우의 스펙트럼을 활짝 펼쳐 보이고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홍 감독은 2013년 ‘결혼전야’도 연출했다. 결혼이라는 이벤트를 목표로 두고 일어나는 사건들을 그린 ‘결혼전야’와 달리 이 영화는 로맨스물이지만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이즈음에 주된 감정이 뭔지 고민했더니 나의 감정부터 들여다보게 됐다”며 “결국 우리 모두가 사실은 외롭다는 생각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에 펼쳐지는 아르헨티나 풍경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번아웃 증후군’으로 아르헨티나로 도망친 현지 와인 배달원 재헌(유연석 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무작정 여행을 떠난 스키장 비정규직 진아(이연희 분)가 만나는 장소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찍은 만큼 그곳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더욱 잘 느껴진다.

“물리적으로 정말 멀어서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만으로도 지쳐버리는 곳으로 설정하고 싶었어요.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않아 자유롭고 큰 용기도 낼 수 있을 테니까요.”

다른 네 커플과 달리 솔로로 나오는 용미(염혜란 분)의 역할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국제 결혼을 앞둔 동생 용찬(이동휘 분)과 예비 신부 야오린(천두링 분) 사이를 돕고 이해하는 인물이다. 홍 감독은 “여성의 연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용미는 야오린과 서로 말은 통하지 않지만 그의 외로움을 느끼고 친구가 돼준다”고 귀띔했다.

홍 감독은 앞으로 ‘졸업전야’를 만들어 ‘전야’ 시리즈 3부작을 선보일 생각이다. ‘전야’, 즉 전날 밤으로 시리즈를 만드는 데 대해서는 “어떤 감정으로부터 시작해서 현재의 감정에 이르게 됐는지 그 의미를 담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외로움의 끝엔 결국 행복이 있지 않을까요. 그 행복을 위해 지금의 감정을 묻고 발현시켜 보고 싶습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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