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시 지하철 4호선 상록수역 일대 중개업소들은 최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인근 아파트를 사겠다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록수역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이 정차할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투자 수요가 몰려든 것이다. 매수 대기자들이 중개업소 문 앞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거나, 매물이 다 나갔다고 안내문을 붙여 놓은 중개업소 사진이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상록수역과 가장 가까운 안산 본오동 ‘월드아파트’ 전용면적 44㎡는 GTX 관련 소식이 돌기 직전인 지난달 22일 2억8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최근 호가는 5억원에 달한다. 확정되지 않은 GTX 신설 소문만으로 집값이 2억원 넘게 오른 셈이다.
GTX가 수도권 집값에 불을 붙이고 있다. 사업 진척 소식이 나올 때마다 투자자가 몰려들면서 고양, 양주, 파주 지역 집값이 단기간에 수억원씩 치솟고 있다. GTX 노선이 예정된 경기 외곽지역은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해 젊은 층의 ‘패닉바잉(공황구매)’까지 가세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상대적으로 덜 오른 서울 강남권 접근성이 좋은 정차역을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개통이 가장 가까운 건 수도권 서북부와 동남부를 연결하는 A노선이다. 파주 운정을 시작으로 일산 킨텍스(사진), 대곡, 연신내, 서울역을 거쳐 삼성, 수서로 이어지고 경기 성남, 용인, 동탄 등에 정차한다. 여기에 지난해 말 고양 창릉역도 추가됐다. 이르면 2023년 말 개통 때 일산에서 삼성역까지 17분, 파주에서 서울역까지 16분 각각 걸릴 예정이다.
B·C노선은 아직 첫삽을 뜨지 않았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와 인천시청, 부평, 부천종합운동장, 서울 신도림, 여의도, 용산, 서울역, 청량리, 망우역, 남양주 별내역, 평내호평, 마석 등 13개 역에 정차하는 B노선은 2022년 착공해 2027년 개통이 목표다. 송도에서 용산까지 24분가량 걸릴 전망이다. 마찬가지로 2027년 개통을 계획하고 있는 C노선은 경기 수원부터 금정, 정부과천청사, 서울 양재, 삼성, 청량리, 광운대, 창동, 경기 의정부, 양주 덕정 등을 지난다.
양주(2.46%)·인천 연수구(2.27%)·파주(2.17%)·남양주(2.12%) 등도 많이 올랐다. 대부분 기존에 서울 접근성이 떨어져 주택시장에서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곳들이다. 양주는 C노선의 종점이고, 인천 연수구는 B노선이 정차하는 송도가 있다. 파주와 남양주는 각각 A·B노선이 들어선다. 양주는 지난해 12월 17일 C노선에 대한 민간투자사업 지정과 시설사업 기본계획안이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집값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권 접근성이 좋고 개통까지 단계가 많이 남아 아직 저평가된 지역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경기 광교 집값은 서울 강남까지 직행하는 신분당선 개통 이후 웬만한 서울 아파트보다 많이 올랐다”며 “서울 삼성역과 같이 일자리가 밀집된 곳에 직행하는 역세권 아파트는 개통이 가까워질수록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비슷한 입지와 시세를 비교한 후 이미 너무 많이 오른 지역은 무리한 추격 매수를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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