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는 창업 초기부터 우수 인력 확보에 공을 들였다. 우주로 유인 우주선을 쏘아올리고, 제너럴모터스(GM)도 1996년 첫 양산차를 판매했다가 고배를 마신 전기자동차 사업에 뛰어들려면 뛰어난 엔지니어 확보가 필수라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사업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금 압박이 급속도로 커지기 때문에 연구개발(R&D) 성공 확률을 높여줄 인재가 더욱 절실했다.
스페이스X 출범 초기 머스크는 직접 사람 구하기에 나섰다. 명문대 우주항공학과에 전화를 걸어 성적이 제일 좋은 학생이 누구인지 물어본 뒤 일자리를 제안했다. 때로는 일에 몰두할 사람을 찾기 위해 ‘똑똑하고 열심히 공부하지만 가족이 없는 사람’을 찾기도 했다고 한다. 이후에는 NASA와 보잉, 록히드마틴, 오비탈 사이언스 등 업계 최고의 엔지니어들도 스페이스X의 문을 두드렸다. 2005년 160명이었던 스페이스X 직원은 지난해 기준 8000명으로 늘었다.
테슬라에는 차량 주행보조 기술인 ‘오토파일럿’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만 3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AI), 배터리, 드라이브 시스템 등 각 부문 엔지니어를 모두 합하면 수천 명에 이른다. 이들은 자동차업계에서 영입 대상 ‘1순위’로 꼽힌다. 전기차 사업을 준비 중인 애플은 2017년부터 현재까지 스티브 맥매너스 전 테슬라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을 비롯해 제조·보안·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테슬라 출신 엔지니어 수십 명을 스카우트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경쟁력이 뛰어난 이유가 단순히 정상급 엔지니어가 모여 있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목표한 성과를 달성하겠다는 일념으로 무장한 엔지니어들이 밤과 낮, 주말도 없이 일에 매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테슬라의 경우 주 90시간 이상 근무를 각오해야 할 정도로 업무 강도가 센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엔지니어는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하는 열정적인 괴짜들’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테슬라의 문을 두드리는 고급 인재들은 줄을 서 있다. 글로벌 인적자원(HR) 컨설팅 업체 유니버섬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미국 공대생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기업’ 설문조사에서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록히드마틴과 구글, 보잉, NASA가 그 뒤를 이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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