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탠더드와 동떨어진 규제들이 기업 현장에 집중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낙후됐다는 세계경제포럼(WEF)의 보고서는 규제를 강화하는 데 자주 활용돼 왔다. 이로부터 파생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진보적 학자들과 정치인, 그리고 펀드매니저들이 줄기차게 인용하며 기업인들의 목을 죄고 있다.
정답 없는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기업인들은 지난달 18일 무디스로부터 희망의 메시지를 받았다. 세계 각국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 결과 대한민국은 독일 스웨덴 등과 같이 1등급에 올랐다. E(환경) 2등급, S(사회) 2등급, G(지배구조) 1등급을 받아 전체 평가 1등급을 차지했다. 미국은 2등급, 일본은 3등급이다.
그날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전문가의 해석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형기를 마친 뒤에도 5년 동안 경영자로의 복귀가 어려울 수 있다. 구속과 복귀를 놓고 진보적 평론가들은 그의 부재가 삼성의 미래와 무관하다고 이야기한다.
누구도 알 수 없는 기업의 미래를 이렇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명확한 과거 데이터를 대상으로 한 지배구조 평가에서도 상반된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볼 때 무슨 의견이든 그에 대한 논거는 어떻게든 찾을 수 있기 때문일까. 혼돈 속에서, 보다 사실에 가까운 미래를 알아보기 위해 석학의 통찰을 참고해 본다.
조지프 슘페터와 피터 드러커는 기업가 정신을 혁신적 파괴와 모험이라고 정의했다. 혁신은 기존의 것을 전혀 새로운 수준으로 만드는 것과 가깝고, 모험은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것을 만들기 위한 도전과 비슷하다. 기업은 전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야 하고, 있던 것이라면 더 싸고 좋게 만들어야 생존할 수 있다. 이것에 앞장서는 사람이 기업인이다.
기업은 멈추는 순간 도태된다. 혁신과 모험의 결과는 5년, 10년 뒤에나 나온다. 혁신과 모험 없이 멈춘 5년의 공백은 한 세대의 단절과도 같다. 혁신의 아이콘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는 가을이면 아마존을 떠나 우주를 향한 도전에 집중하기로 했다. 타국의 기업인은 달을 넘어 별을 향해 로켓을 날리는데 땅을 달리는 것조차 허락받아야 한다면 누가 별을 향해 혁신의 날개를 펴겠는가. 그리고 우리의 젊은이들은 무엇을 믿고 미래를 설계하겠는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