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축소 압박에 CEO 징계…'관치'에 눈치만 보는 금융지주

입력 2021-02-07 17:26   수정 2021-02-08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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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권고를 많이 벗어나면 감독당국과 향후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신한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노용훈 부사장은 지난 5일 실적 발표 직후 콘퍼런스콜에서 ‘순이익의 20%(배당성향 20%)를 넘어선 배당이 가능한지’를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신한금융은 매년 연간실적과 배당률을 동시에 발표했지만 이번에 배당금을 확정하지 못했다.

금융위원회가 코로나19에 따른 손실흡수 제고 차원에서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제한하라고 권고한 탓이었다. KB금융, 하나금융은 당국의 권고를 수용해 배당성향을 전년도 26%에서 20%로 낮췄다. 신한금융이 아직 배당금을 확정하지 못한 것은 주주를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조용병 회장은 1조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하면서 “적극적 배당을 포함해 주주환원을 제고하겠다”고 약속했다. 당국의 요구를 따르자니 주주와의 약속을 어기게 되고, 그대로 배당을 하자니 금융당국에 밉보일 게 걱정되는 딜레마를 드러낸 것이다. 우리금융도 아직 배당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앞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펼 계획”이라며 뿔난 주주들을 달래고 있다.

은행들은 또 코로나19 피해자를 지원하는 이익공유제에 참여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배당은 줄이고, 이익은 내놓으라는 모순된 요구에 처한 셈이다. 주요 금융지주나 계열 은행이 서민금융기금에 기부하는 형태가 거론된다.

설상가상으로 금융감독원은 최고경영자(CEO)의 ‘목’을 강하게 죄고 있다. 라임펀드의 부실 판매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CEO들에게 무더기 징계안을 통보한 것이다. 조 회장에게는 ‘주의적 경고’가,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겐 중징계인 문책 경고가 통보됐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겐 은행장 시절의 책임을 물어 문책 경고보다 한 단계 높은 직무정지(상당)를 통보했다. 징계 ‘타이밍’을 놓고 금융권에선 뒷말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감독당국의 CEO 압박은 각종 무리한 정책에 은행을 동원하려는 관치금융의 연장선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오락가락하는 대출 정책을 놓고도 금융회사들의 피로도는 상당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피해자에 대한 대출은 늘리면서 신용대출은 죄라는 요구가 이어진 게 벌써 수개월”이라고 토로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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