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이도희 기자] “BBC도 제대로 촬영을 못했죠.” 연시스템즈의 ‘단안식 입체 카메라’는 메인 렌즈 하나로 3차원 입체영상(3D)을 찍는다. 애초에 3D 영상촬영 기술의 핵심이 ‘양안의 시차를 이용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카메라 한 대로 3D영상을 찍는다는 것은 생각조차 쉽지 않았다.
게다가 ‘양안 시차’는 3D영상을 가능케 하는 동시에 활용 범위를 좁히는 족쇄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곤충분야가 대표적이다. 생태도감 출판사를 운영하던 표도연(53) 연시스템즈 대표는 책의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곤충을 3D로 찍어 3D 생태도감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작은 사물을 가까이 근접해 촬영하면 어지러운 영상이 나오기 쉽다. 이를 방지하려면 멀리 떨어져 찍어야 하는데 곤충 같은 작은 물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게다가 카메라 두 대를 동시에 곤충의 움직임을 따라가면서 초점까지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러면 렌즈 한 개로 찍으면 되지 않을까.” 초보적인 광학 지식만으로 과감히 도전을 시작했다. 렌즈 하나를 통과한 상을 입체로 촬영할 수만 있으면 곤충 입체영상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내 그는 한 개 렌즈로 들어온 빛을 좌우 영상으로 분리해 두 개의 이미지 센서에 담아내는 ‘단안식’ 기술을 개발했다. 덕분에 저비용으로 근접 3D 촬영이 가능해졌다. 이 기술은 현재 한국은 물론 미국·일본·중국·호주·캐나다 국제특허 등록까지 마쳤다. 법인 설립 전인 2013년에는 MBC와 다큐멘터리 ‘곤충왕국 3D’도 함께 촬영, 세계 최초의 곤충 3D 다큐멘터리를 완성해냈다.
최근에는 이 단안식 기술을 활용해 작은 대상을 입체로 촬영할 수 있는 3D 현미경도 개발했다. 1차적으로 연시스템즈의 카메라는 교육 분야에 활용할 예정이다. 초중등학교 과학시간에 주로 쓰는 광학식 현미경은 방식의 한계 때문에 교사와 학생 간 동시 커뮤니케이션이 어렵다. 광학식 현미경에 연시스템즈의 3D카메라를 부착하기만 하면 모두 디지털 3D현미경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막 양산 준비를 마친 장비는 조달청 혁신시제품에 선정됐고 곧 교육 관련기관에 공급할 예정이다. 곤충은 물론 미생물, 식물, 광물, 인체, 반도체 회로, 섬유 등 다양한 시료를 실시간 3D 영상으로 관찰하고 영상을 저장, 전송, 공유할 수 있다.
의료 분야 특히 피부암 진단에서도 제몫을 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표 대표는 “피부에 암이 생기면 암세포를 부양하기 위해 병변 주위에 새로운 혈관이 이상증식하게 되는데 이 혈관을 관찰해서 악성 및 양성종양 여부를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우리 3D 피부현미경을 활용하면 진피 속까지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어서 진피층 모세혈관의 입체 구조를 자세히 직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임상시험을 통해 피부암 진단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검증을 하고 있다.
표 대표는 창업 초기, 아이디어만으로 중소벤처기업부 ‘팁스’ 과제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덕분에 장비 규모를 현재와 같은 형태로 축소해 실용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서울창업허브의 제품화지원사업을 통해 금형제작 비용도 지원받았다. 표 대표는 “현재 입주해 있는 서울창업허브 별관에 양산 전문가들이 상주해 있어 수시로 모르는 것을 물을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연시스템즈는 조만간 연구용 3D현미경 버전을 출시한다. 궁극적으로 3D카메라에 AI를 적용해 자가 진단, 원격진단 현미경 기기를 선보이겠다는 목표다.
설립일: 2015년 1월
주요사업: 현미경용 3D 카메라 제조 및 공급
성과 : 조달청 혁신시제품 선정, 2019 특허기술상 홍대용부문 수상, 카이스트창업가재단·SBA·미래과학기술지주·에트리홀딩스로부터 시드투자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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