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날에 고향을 찾을 귀성객이 지난해 설은 물론 추석 때보다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가 고향 방문 자제를 권고하면서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를 유지한 데 따른 여파다. 하지만 취업준비생과 결혼적령기 남녀, 며느리들은 ‘명절포비아(명절+공포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비대면 설날을 반기는 분위기다. 반면 오랜만에 타지의 가족을 볼 생각에 부풀었던 부모 세대들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를 내심 반가워하는 사람이 많다. 코로나19로 인한 취업 빙하기로 고통받는 취업준비생이 대표적이다. 3년째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허모씨(29)는 “‘코로나19 때문에 취업 힘들지’라는 걱정과 위로를 받는 것도 싫다”며 “간단히 안부 인사만 하고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설 차례상 상차림의 공포에서 벗어난 며느리들도 크게 반긴다. 2018년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서울시 성평등 생활사전-추석특집’ 조사에서 시민 절반 이상(53.3%)이 명절 때 겪는 성차별 사례 1위로 여성에게만 상차림 등을 시키는 ‘가사 분담’을 꼽았다. 명절 선물만 보내거나 직접 시댁에 가더라도 ‘5명 금지’로 인해 일찍 돌아올 계획을 잡는 사람이 다수다. 5년차 주부 한모씨(35)는 “이번 설에 처음으로 시가에 가지 않게 됐다”며 “음식을 차리고 나눠 먹을 생각에 코로나19 걱정도 됐었는데 다행”이라고 털어놨다.
결혼적령기인 미혼남녀들도 한숨 돌렸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시행한 명절 설문조사에 따르면 4명 중 1명꼴(26.2%)로 ‘연애·결혼 잔소리를 들을 때’가 가장 괴롭다고 밝혔다. 직장인 이수연 씨(32·여)는 “회사에서 모임을 자제하라는 지시가 있어서 그 핑계로 설에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는 가지 않겠다고 했다”며 “올해는 ‘결혼해야지’라는 조언 아닌 조언을 피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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