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5일 실적 보고와 배당 확정을 위한 이사회를 열었다. 이번 이사회는 설 연휴 직후 열릴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전의 ‘킥오프 미팅’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금융권의 이목을 끌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본격적인 회추위는 열리지 않은 상태”라며 “3월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회장 후보를 올려야 하는 만큼 이달 말까지 ‘1인 후보’로 압축하는 절차를 끝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 회추위는 삼정KPMG 부회장을 지낸 윤성복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박원구 서울대 특임교수, 차은영 이화여대 교수 등 사외이사 8명 전원으로 구성한다.
하나금융 안팎은 어수선한 상태다. 하나은행장을 지냈고 김 회장과 오래 호흡을 맞춰온 함 부회장은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꼽히지만 채용비리 재판을 받고 있다. 후보군에서 빠지지 않던 이진국 지주 부회장 겸 하나금융투자 대표는 최근 금융감독원이 주식 선행매매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신한금융투자 출신인 이 부회장은 2016년 김 회장에 의해 하나금투 최고경영자(CEO)로 영입돼 회사의 초고속 성장을 이끌었다.
김 회장은 지난해만 해도 “추가 연임은 해서도 안 되고, 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최근 차기 회장 후보군이 잇따라 ‘소송 리스크’에 직면하면서 지주 안팎의 기류가 미묘하게 바뀌었다. 조직 안정을 위해 김 회장이 회장직을 한 번 더 맡는 게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김 회장은 2012년 3월 첫 임기를 시작했고 3월 주총일에 세 번째 임기가 끝난다. 만약 추가 연임을 한다면 하나금융 내부 규정상 만 70세가 되는 내년 3월 정기주총까지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2조637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고 지난 5일 발표했다. 2019년 대비 10.3%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런 점은 김 회장의 추가 연임에 유리한 요소다. 하나금융의 한 고위 임원은 “최근 불거지는 법률적 리스크로 김 회장의 ‘연임 불가피론’도 언급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함 부회장의 채용비리 재판이 미뤄진 상태이고, 작년 12월 부회장 임기 만료 이후 이사회에서 1년의 추가 임기를 받아 차기 회장에 오를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했다.
지주 고위 경영진과 계열사 CEO들이 얼마나 교체될지도 관심사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3월 기존 한 명(함영주)이던 부회장을 두 명 더 늘렸다. 국내 경영관리를 함 부회장이 맡고 국내 사업은 이진국 부회장이, 해외사업은 이은형 부회장이 맡는 방식이다. 이은형 부회장은 하나금융 글로벌부문 부사장을 거쳐 중국민생투자그룹 부회장을 지내던 중 하나금융에 재영입됐다. 금융권에선 후계 구도를 위한 조직개편이라고 해석했다. 미등기이사인 이진국·이은형 부회장의 임기는 3월 19일까지다.
이외에 지성규 하나은행장,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 윤규선 하나캐피탈 대표 등 14개 계열사 가운데 11개사 CEO 임기가 3월에 끝난다. 연임 여부는 차기 회장에 누가 오르느냐가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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