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외국인 입국자(관광객 등 포함)는 259만3706명으로, 전년 동기(1638만9768명)보다 84% 급감했다. 특히 비전문취업(E9) 및 방문취업(H2) 비자를 보유한 외국인 근로자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각각 93%, 88% 줄었다. 반면 합법적인 체류기간이 만료됐지만 여전히 국내에 머물고 있는 불법체류자(39만2575명)는 전체 외국인 체류자의 19%까지 치솟았다. 산업현장에서는 외국인 인력 부족으로 공장이 멈추고 농사일이 미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자가격리시설 확충 등에 적극 나서 입국자를 늘리는 게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뿌리산업 중소기업 사장은 “생산라인 가동을 멈춰가며 외국인 근로자들의 입국을 기다렸는데 1년이 지나갔다”며 “할 수 없이 동종업계에서 퇴직한 60대 근로자를 수소문해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불법체류자라도 써야 하나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수도권 국가산업단지에서 근무하는 직원 김모씨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맡는 업무 특성상 젊은 인력이 대체해줘야 하는데 내국인 젊은이들은 오지도 않을뿐더러 오래 버티질 못한다”고 전했다. 대체인력이 없다는 뜻이다. 경기 김포의 한 선반제조업체 B사 사장은 “예전에는 볼 수 없던 아프리카나 중동 난민 인력을 현장에 활용하는 업체도 생겨났다”고 귀띔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업체들 간 경쟁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경남의 한 영세 제조업체 B사는 최근 외국인 근로자 3명이 한꺼번에 다른 업체로 이직해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이 회사 사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떼를 지어 더 높은 급여를 주는 중소기업을 찾아 ‘쇼핑’하듯 공단 주변을 돌아다니는 사례가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 일대에서 20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 오이 농사를 짓는 이모씨도 4~5명의 필요 인력 중 2명만 간신히 구한 상태다. 이씨는 “농사일은 쉬지 않고 일해야 해 주 5일 근무도 쉽지 않다”며 “외국인 부부의 월급이 30만~40만원씩 올라 총 320만원(두 사람) 정도를 주고 있는데, 더 준다는 곳으로 옮길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남 신안 일대에서 대파농사를 짓는 이모 이장은 “지난해 자원봉사 인력과 군부대 등에 의존해 간신히 농사를 지었는데 올해 대파 농사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손성원 중기중앙회 외국인력지원부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적은 캄보디아에서만 인력을 들여오고 있는데 격리시설 부족으로 한 달에 100명밖에 입국하지 못하고 있다”며 “격리시설만 각 지자체에서 허용해준다면 한 주에 200명씩 매월 800명이 입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해법은 근무 여건이나 시설 측면에서 일하기 좋은 중소기업으로 만드는 일이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중소기업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일터 혁신’을 통해 생산성도 높이고 내국인 청년층을 유입해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해온 인력 수급 문제를 장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혜정/안대규/안효주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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