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생활비 60만원이라더니 계좌는 46개…수상한 황희 가족[종합]

입력 2021-02-09 07:05   수정 2021-02-09 07:06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사진)와 관련한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보수 야권은 9일 열리는 황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황 후보자는 수천만 원대 자녀 학비, 해외 가족여행 경비 등 각종 생활자금의 출처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황 후보자는 3인 가족 한 달 생활비로 '60만원'가량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다섯 개의 떡과 두 마리 물고기로 5천 명을 먹인 '오병이어의 기적'을 황희 후보자가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황희 후보자를 "의혹 종합선물세트"라고 규정했다.

한 달 생활비로 60만원 가량을 썼다는 황 후보자 가족은 최근까지 은행 계좌 46개를 개설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실이 인사청문요청안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상반기까지 황 후보자 30개, 배우자 15개, 딸은 1개의 은행 계좌를 개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황 후보자가 계좌 7개를 해지하면서 청문회를 앞둔 시점에서 일가족의 계좌는 모두 39개가 됐다.

계좌가 비정상적으로 보일 정도로 많다는 지적에 대해 황 후보자는 "통장의 수가 과도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사용하지 않는 것들을 해지하지 않았을 뿐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해명했다.

황 후보자가 자녀의 조기 유학비를 어떻게 조달했는지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 있다. 황 후보자는 "예금과 배우자 명의 오피스텔을 팔았다"고 해명했지만 오피스텔을 매각한 것은 유학 마지막 해인 2015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내와 딸이 미국에 체류했던 5년간 황 후보자의 총수입은 1억4200만원에 그쳤다. 김승수 의원은 "황 후보자가 물만 마시고 '생활비 0원'으로 5년을 버텼다고 해도, 나머지 유학비 1억원 이상이 빈다"고 지적했다.

'조국 흑서' 공동저자인 김경율 회계사는 황희 후보자 본인의 계좌만 30개라고 지적하며 "어느 경우에 계좌 30개가 필요할까?"라고 비판했다.

2016년 초선 의원 당시 8421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던 황 후보자는 올해 6억80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5년 만에 재산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황희 후보자는 지난 20대 국회에서 '병가'를 내고 스페인 가족여행을 다녀온 사실도 확인됐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회 사무처에서 제출받은 20대 국회 본회의 상임위 불출석 현황 자료를 보면 황 후보자는 2016∼2021년에 총 17회 본회의에 불참했다. 사유를 적어낸 경우는 12번이었으며, 이 중 8번이 '일신상의 사유(병가)'였다.

최 의원실이 황 후보자와 배우자·자녀의 출입국 기록을 분석한 결과, 황 후보자가 병가를 제출하고 본회의에 불출석했던 2017년 7월20일 가족이 동시에 스페인으로 출국했다.

당시 국회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열렸으나 민주당 의원 26명이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아 '정족수 부족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표결 전 집단 퇴장했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이 회의장에 복귀하면서 정족수가 충족됐고, 추경안은 통과될 수 있었다.

황 후보자는 2017년 3월에도 본회의에 불출석하고 미국에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출장 기간에 열린 본회의 2차례에 황 후보자는 모두 병가를 제출했다.

황 후보자 측은 스페인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온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휴가·출장 등에 병가를 제출한 이유에 대해서는 "근무 경력이 짧은 비서진이 사유를 적어낼 때 착오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황 후보자가 의원 시절 공무 외 목적으로 출국할 때 관용 여권을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공직자 등이 공무상 국외여행을 갈 때 발급되는 관용 여권은 무비자, 출입국 심사 간소화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개인적인 목적으로 여행을 갈 때는 개인 여권을 사용해야 한다.

황 후보자는 20대 국회 때 가족과 모두 4번 출국을 했는데, 4번 모두 관용 여권을 사용했다.

황 후보자 측은 "관용 여권을 발급받으면 일반 여권은 구청에 보관하고, 일반여권이 필요할 경우 구청에 가서 관용여권을 맡기고 일반여권을 수령해야 한다"며 "수령 절차가 번거로워 개인 여행에 관용 여권을 갖고 갔지만, 관용 여권 혜택을 받지 않고 일반 여권과 다를바 없이 입·출국 했다"고 해명했다.

황 후보자가 국회 국토교통위원 시절 한국수자원공사의 수익 사업을 허가하는 법안을 처리해주고 대가성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회 문체위 소속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실에 따르면 황 후보자는 2018년 3월 피감기관인 수자원공사가 부산 스마트시티에 건물을 짓고 임대 등 수익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4개월 뒤 법안은 본회의에서 통과됐고, 수자원공사 사장실 직속 고위 간부는 2019년부터 1인당 법정 한도 최고액인 총 1000만 원을 2차례에 걸쳐 후원했다. 이에 대해 황 후보자는 "후원자와는 모르는 사이"라며 "발의는 내가 했지만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야당은 황 후보자 일가족이 월 60만원 생활비로 해마다 해외여행을 즐기고, 자녀가 한 학기 학비가 2100만원에 이르는 외국인학교에 진학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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