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한 달 만에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2조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갔다. 개인들의 직접 투자 열풍과 상장지수펀드(ETF) 인기에 펀드 시장이 쪼그라든 영향이다. 하지만 펀드업계가 소외받고 있는 지금 꾸준히 돈이 들어오는 펀드도 있다. 직접 투자의 위험 부담은 낮추면서 고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이들은 글로벌 핵심 산업에 투자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테슬라가 선도하고 있는 모빌리티 데이터 시장은 자동차산업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며 “누적 판매된 차량들의 지속적인 이용 과정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는 새로운 시장이 개막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멀티에셋글로벌클린에너지펀드’에도 1000억원 이상이 몰렸다. 2009년 정부의 ‘녹색성장펀드’ 바람을 타고 설정된 이 펀드는 국내 그린 뉴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에 힘입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1년 수익률은 127%나 된다. 3년과 5년 수익률은 200%를 넘는다. 태양광과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지난해 8월 말 기준으로 펀드 포트폴리오에는 미국 태양광업체 퍼스트솔라, 엔페이즈에너지 등이 담겨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진입장벽이 높은 기술이나 핵심 기술을 국산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한 기업, 산업 내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교보악사파워인덱스 펀드도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펀드 중 하나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고르게 담고 있다. 최근 대형주 중심의 증시 상황이 연출되면서 관련주들에 한꺼번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로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공모주 열기가 이어지면서 코스닥벤처펀드에도 돈이 들어오고 있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코스닥벤처펀드 17개에 총 4258억원이 유입됐다. 특히 최근 1주일 새 자금이 급격히 늘었다. 코스닥시장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이 주어지는 데다 투자금액의 10%를 소득공제해주는 제도도 2022년까지 연장돼 여전히 관심이 뜨겁다. 이 가운데 ‘에셋원공모주코스닥벤처펀드’(1054억원)에 가장 많은 돈이 몰렸다.
임성철 흥국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대형주 랠리로 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며 “본격적으로 중소형주가 회복될 경우 대형주 대비 높은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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