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주식시장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되살아나고 있다. 올해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면서 차기 ‘세계의 공장’으로 베트남이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5일 베트남 주식시장 대표지수인 VN지수는 1.32% 오른 1126.91에 거래를 마쳤다. 4거래일 연속 상승이다. 베트남 증시는 지난달 19일 이후 약 2주에 걸쳐 지수가 10%대 하락을 이어간 뒤 반등하고 있다. 사상 최고치인 1204포인트까지 불과 6.84%를 남겨두고 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베트남 시장은 지난달 선물 만기일과 거래소 시스템의 오류가 겹치면서 조정을 받은 뒤 회복하고 있다”며 “향후 1~2개월 동안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지만, 올해부터 내년까지의 기업 이익 전망이 양호한 만큼 투자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배승권 한국투자신탁운용 베트남법인 주식본부장은 “베트남은 인구 대비 확진자가 전 세계 최하위권인 코로나19 청정국으로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은행과 부동산, 철강업이 정부의 인프라 투자 확대를 기반으로 올해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작년 4분기까지 소비자물가(CPI)가 정부 목표치를 밑도는 등 인플레이션 관리가 이뤄지고 있어 증시 조정 우려도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베트남에 패시브 자금의 꾸준한 유입이 기대된다는 점도 중요한 투자 포인트다. 지난 11월 세계 최대 지수산출기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쿠웨이트를 프런티어 마켓지수에서 신흥국 지수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프런티어 마켓지수는 올해 1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네 개 분기에 걸쳐 쿠웨이트 비중을 축소하고 나머지 국가 비중을 확대한다.
프런티어 지수에서 비중 1위인 쿠웨이트가 퇴장하면 현 2위인 베트남의 지수 내 비중은 12%에서 1년 뒤 29% 수준까지 증가할 예정이다. MSCI 프런티어마켓지수에 따라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 자금은 40억달러에 달한다.
국내 개인투자자가 직접 종목투자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통신과 정보기술(IT), 은행 등 핵심 업종은 엄격한 외국인 지분 제한이 존재한다. 상당수 종목은 이런 한계 수준까지 매수가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대안으로 해당 규제에서 자유로운 상장지수펀드(ETF)를 추천한다. 국내에도 VN지수 및 관련 지수에 투자하는 ETF가 다수 상장돼 있다. 호찌민거래소도 2019년 외국인 한도가 소진된 기업을 편입하는 지수를 출시하는 등 외국인 간접 투자를 권장한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운용사가 운용하는 공모펀드도 유효한 투자처다. 2018년까지 강남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던 베트남펀드는 이듬해 베트남 증시 부진으로 설정액이 급감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23개 베트남펀드는 지난 6개월 동안 평균 33.07%의 수익을 냈다. 이는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하는 19개 투자지역 가운데 인도(37.7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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