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승리호'는 국내에서 처음 만들어진 우주 SF 블록버스터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광활한 우주의 이야기가 한국어로 위화감 없이 브라운관에 펼쳐진다. 배우 송중기는 '승리호'의 조종석에 앉아 2092년의 우주로 우리를 쏘아 올렸다.
'승리호'에 대한 송중기의 자신감은 대단했다. 지난 9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송중기는 "지난해 완성본을 처음 봤다. 후반작업 마무리 할 때 처음 봤는데 배우들 다 크로마키 앞에서 촬영을 해서 결과물에 대해 궁금해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훌륭한 스태프에 대한 신뢰는 있었지만 배우들이 채우지 못한 부분을 이렇게 메꾸어 주실 줄은 몰랐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승리호'는 황폐해진 지구와 위성 궤도에 만들어진 새로운 보금자리인 UTS, 돈을 벌기 위해 우주선을 개조해 우주 쓰레기를 주우러 다니는 우주해적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영화는 지난해 여름 극장 개봉을 계획했으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두 번이나 개봉을 연기하다 결국 넷플릭스 행을 택했다.
10년 가까이 '승리호'의 세계관을 창조한 조성희 감독의 창의력과 1000여 명의 VFX(시각특수효과) 전문가가 참여해 현실감 넘치는 우주를 구현한 한국 기술력의 정수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5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공개된 '승리호'는 28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송중기는 "평가 기준에 대해 잘 모르겠지만 일단 너무 좋다. 조 감독도 '우리 얘기 하는 거 맞나'라고 묻기도 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인터넷 반응으로는 피부로 느끼지 못했는데 해외에 사는 친구, 관계자들이 문자 메시지를 많이 보냈다. 실제 해외에서 '승리호'를 보는 외국분들 사진을 봤다. 많이 시청해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좋은데 얼떨떨하다"고 기쁨을 드러냈다.
'승리호'가 공개된 후 극장 개봉을 못한 것에 아쉬움을 드러내는 관객들이 많았다. 송중기는 아쉬움보다는 넷플릭스의 편의성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는 "넷플릭스로 4번 봤다. 집에서 TV로도 보고 드라마 현장에서 아이패드로도 봤다. 저는 온전히 느꼈는데, 다른 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다. 저는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극장 개봉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런 생각은 안해봤다. 바로바로 볼 수 있어 되게 좋다. 큰 아쉬움은 없다"고 털어놨다.
극중 송중기는 전직 UTS 기동대 출신으로 불법 이민자를 검거하라는 상부 명령에 불복종해 모든 것을 빼앗긴 우주쓰레기 청소선의 조종사 김태호 역을 연기했다.
그는 영화 '군함도', '늑대소년',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태양의 후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등 매 작품 캐릭터와 시대, 장르를 뛰어넘는 도전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3년만에 영화로 돌아온 송중기는 냉정해보이지만 따뜻하고 허술해보이지만 천재적인 실력을 갖춘 태호 역을 연기해 밝은 겉모습과 숨겨진 이면을 깊이 있게 그려낸다. 처음으로 '부성애' 연기에도 도전했다.
'아스달 연대기'에 이어 대작의 판타지 장르에 출연한 것에 대해 송중기는 "'대작'이라는 단어는 빼도 좋을 것 같다. '아스달 연대기'는 처음 보는 장르였고 그래서 끌린 건 맞는 거 같다. 사극은 많았지만 고대사 이야기를 한다는 건 '대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승리호'도 우주 얘기라 '대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르 욕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안 해본 것을 하고파하는 욕구가 크다. 새 장르가 왔을 때 반가웠고, 제가 했던 느낌이 들면 끌리지 않는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송중기는 10년 전 '늑대소년' 촬영 당시 조성희 감독에게 '승리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참여하게 됐다고. 그는 "당시 '승리호'는 지금과 버전이 많이 달랐다. 태호 캐릭터도 제 연령대가 아니었다. 당시 조 감독은 30대 초반의 신인 감독이었기 때문에 참 과감하고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말수도 없고 쑥쓰러움도 많은데 자신감이 꽉 차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태리, 유해진, 진선규 등 배우의 생각이 많이 들어갔다. 태호 캐릭터는 과거 서사에서 애드립으로 한 부분도 있다. 영화에 많은 반영을 해주셨다. 배우 이야기를 잘 들어주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조 감독에 대해 송중기는 "되게 내성적이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편이다. 연락하기 편한 사람이 저라서 역할을 주신 거 아닐까 싶다. 기본적으로 '늑대소년' 촬영할 때 굉장히 좋았던 기억이다. 감독도 그러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저도 신인이었기에 동지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진심이 많이 쌓여있는 상태지 않았나 싶다"고 신뢰를 전했다.
부성애 연기에 대해 송중기는 "순이에겐 다정한 아빠, 꽃님이에겐 차가운 아저씨였다. 콘트라스트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촬영하면서는 상처를 받은 것 때문에 순이와 꽃님이를 대하는 모습이 다른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부성애 연기가 저는 그렇게 많이 어렵진 않았다. 안해본 경험이어서 많은 분들이 받아들일까? 걱정하긴 했지만 전 괜찮았다"고 답했다.
아역 배우들과 호흡을 위해 송중기는 배우들과 진심을 나눴다고 했다. 그는 "실제 생활에서도 아역 배우들과 진심이 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은 노력했다. 부성애 연기를 하기 위해 특별히 뭔가 하진 않았다"고 했다.
송중기는 "가족은 세상에서 최고 중요한 가치다. 그래서 저도 가족 영화를 좋아하고 끌린다. 개인적으로 송중기라는 사람도 가족을 중요시하기에 본능적으로 끌렸다. 구정을 앞두고 '승리호'가 공개됐는데 가족분들이 함께 보시면 좋을 것 같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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