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남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장애인올림픽을 보이콧하자는 주장이 각국에서 제기되자 중국 공산당 관영매체 편집장이 "보이콧하는 나라를 중국이 제제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후시진 환구시보·글로벌타임스 총편집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하는 것은 인기없는(unpopular) 아이디어이며, 폭넓은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썼다. 이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운동선수들은 그것을 반대할 것이고 중국은 보이콧에 동참하는 국가를 심각하게 제재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후시진은 또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림픽 개최 1년을 앞두고 일부 반중 세력이 드디어 기회가 온 것으로 생각한다'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올림픽 보이콧을 촉구한 180여개 인권단체를 두고 "이들 단체는 대부분 홍콩·시짱(西藏·티베트)·신장(新疆) 독립조직이거나 그들과 관련 있다"면서 "숫자만 채운 오합지졸"이라고 비난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인의 '애국주의'를 조장하는 사설과 기사를 자주 게재한다. 후시진은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의 총편집장으로, 종종 중국 정부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가끔 공산당의 공식 방침을 앞서나가는 글을 올리기도 한다. 그가 지난해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때 "중국이 애플이나 보잉 등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에 맞제재를 할 것"이라고 했으나 실제로 구체적인 제재가 가해지진 않았다.
후 편집장이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린 것은 중국 정부가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두고 얼마나 노심초사하고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중국은 지난해 말 경기장 건설을 모두 마쳤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때문에 한 해 연기된 도쿄 하계올림픽이 취소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예정대로 정상적으로 열릴지는 불투명하다.
게다가 중국의 인권 탄압을 이유로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는 티베트 시위 유혈진압이 이슈로 떠올라 보이콧 움직임이 있었다. 이번에도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위구르족 탄압 등 인권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 3일에는 180여개 인권단체가 참여한 연합체가 전 세계 정상들에게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미국 상원의원 일부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철회 결의안을 제출했다. 캐나다와 영국 의회 의원들 일부도 보이콧을 주장하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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