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가 2019년 남북에너지협력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러시아에서 북한 고위급 인사와 비공개 회동을 했다는 자료가 확인됐다.
리호남, 가스공사 구매 가능 물음에…"발전소 지어준다" 역제안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입수한 '북한주민접촉신고 수리서'에 따르면 가스공사 A 차장은 2019년 11월29일부터 12월1일까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북한·러시아 접경지역 경제현황 조사를 위한 출장을 신청했다.이 자료는 A 차장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측 인사 면담 여부' 기재 칸에 수기로 '만남(1인)'이라고 적힌 문건에는 A 차장 서명이 들어갔다.
A 차장이 만난 대상은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 참사를 지낸 리호남으로 밝혀졌다. 리호남은 영화 '공작'의 '리명운'의 실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철규 의원실에 따르면, A 차장은 이 기간 블라디보스토크 호텔에서 두 차례 리호남과 만났다.
리호남은 A 차장에게 "러시아 가스를 싸게 구해 팔면 가스공사에서 구매가 가능한지" 의견을 물었고 A 차장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A 차장은 리호남에게 "원산·갈마 관광지구 개발과 관련해 북한은 어떤 에너지를 사용하느냐", "가스발전소가 들어서면 개발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이다. 1년이면 지어줄 수 있다" 등의 제안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철규 의원실은 A 차장이 직접 이같은 대화 내용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는 북한이 노동당 창건75주년에 맞춰 박차를 가했던 핵심 사업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완공되지 못한 상태다.
이철규 의원실은 A 차장이 리호남과의 만남을 밝힌 배경에 대해 "최근 월성 1호기 사태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구속되는 등 사태로 본인 부담감도 컸고, 자기 선에서 마무리할 생각도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원실은 "출장계획서, 출장결과보고서에 위 사안들이 누락돼 있다. 철저히 비밀로 진행됐다"며 "공기업 차장이 단독으로 북측 고위 인사를 만난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출신인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철규 의원실은 "가스공사가 북측인사와 접촉한 다음날(12월2일) 당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역점 개발 중인 원산·갈마관광지구 개발 문제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며 "(북측 인사와의 만남은) 정부 차원의 원산·갈마 지구 개발을 위한 것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대북 경협은 미국과 사전에 협의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사안'인 만큼 협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며 "미국과 협의했는지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에서 청와대 '윗선'으로 지목된 인물로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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