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part.5] 펨토바이오메드, 나노 유리 주사기로 유전물질·항원 T세포에 삽입

입력 2021-02-23 09:32   수정 2021-07-11 11:01

<p> ≪이 기사는 02월 23일(09:32)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매체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CAR-T 치료제의 1회 투여 비용이 4~5억 원을 웃돌 만큼 높은 것은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해 T세포에 유전물질을 삽입하는 복잡한 제조 과정이 한몫 한다. 펨토바이오메드는 초미세 유리 주사기로 유전물질을 세포에 삽입해 세포치료제 공정에 혁신을 꿈꾸고 있다.

펨토바이오메드는 미국 미시간대에서 유체역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상현 대표가 2011년 설립한 바이오 기업이다. 이 대표는 2010년 5월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나노테크놀로지>에 나노전극을 가동하는 세포 크기의 초소형 펌프기술에 대한 논문을 게재한 미세유체역학 전문가다. 펨토 바이오메드는 ‘셀샷’이라는 세포치료제 제조 공정 기술을 원천기술로 갖고 있다.


T세포에 유전물질 넣기, 그 험난한 과정

CAR-T 치료제를 만들려면 암세포의 특정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도록 하는 DNA를 T세 포 안에 넣어야 한다. T세포에 DNA를 삽입하기 위해 의약품 분야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방법은 바이러스 벡터다. 바이러스는 세포 속에 유전물질을 넣으려는 성질이 있 다. 암세포에 반응하는 수용체 DNA를 주입 받은 바이러스를 이용해 T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한다. T세포를 CAR-T세포로 바꾸는 과정이다.

하지만 이 과정이 수월치 않다. 바이러스를 이용하다보니 균일한 품질로 CAR-T 치료 제를 만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품질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선 우수의 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을 충족하는 세포치료제를 바이러스 벡터로 만들어 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설비, 인력에 적잖은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대안으로 나온 방식도 한계가 뚜렷하다. 전기천공법은 전기 충격으로 세포막에 구멍을 뚫은 뒤 유전물질을 세포 안에 집어넣는 기술이다. 하지만 이 기술은 세포질이 아닌 세포핵 속으로 유전물질이 들어가도록 통제하는 게 어렵다. 전기 자극으로는 움직이지 않는 항원 단백질을 넣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세포투과성 펩타이드(CPP)나 지질나노 파티클(LNP)로 유전물질을 감싸 세포 안으로 집어넣는 방법도 있다. 모더나, 화이자의 코로나19 전령RNA(mRNA) 백신이 택한 방 법이다. 하지만 CPP나 LNP라는 이물질이 세포 속에 들어가서 어떤 위험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변수가 있다.

펨토바이오메드와 기술적 경쟁 관계인 미국 스퀴즈바이오텍은 좁은 관에 세포가 지나가도록 한 뒤 물리적인 압력을 가해 세포막을 인위적으로 찢는 셀스퀴즈 기술을 이용한다. 찢긴 틈으로 유전물질이 들어가게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세포가 손상되거나 DNA 주입량이 균일치 않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펨토초 레이저로 만든 나노 유리 주사기로 ‘셀샷’

펨토바이오메드는 구멍 지름이 500나노미 터(㎚)~1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한 유리 주사기로 유전물질을 직접 T세포에 삽입하는 기술인 ‘셀샷’을 갖고 있다. 셀샷을 이용하면 mRNA나 플라스미드DNA는 물론 펩타이드나 단백질을 세포 안에 넣는 것도 가능하다. 통상 주사는 고무마개로 밀어내 만들어진 공기압을 이용해 약물을 투여한다. 하지만 셀샷의 유리 주사기는 고무마개를 적용하기엔 너무 섬세하다. 대신 소형 펌프로 전기 자극을 가해 전기장의 세기에 따라 압이 형성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 유리 주사기를 만드는 기술에 펨토바이오메드의 역량이 담겨 있다. 이 회사는 펨토초(1000조 분의 1초) 레이저를 이용해 나노미터 단위로 유리를 가공할 수 있다. 펨토초 레이저는 펨토초 단위로 펄스를 만들어 빛을 내는 레이저다. 각막 절개 등 아주 섬세한 작업을 할 때 쓰인다.

보통 초점을 맞춰 발사된 레이저 광선이 유리 표면에 닿는 경우 유리가 완전히 가공되기 전에 발열이 일어난다. 이 열로 인해 유리가 녹기 때문에 나노미터 단위에선 유리를 세밀하게 가공하기 어렵다. 하지만 펨토초 레이저를 쏘게 되면 열이 나기 전에 빛이 닿는 물질이 가공된다. 빛이 열로 바뀌기 전에 순식간에 가공이 끝나는 것이다. 이 대표는 “펨토초 레이저는 초점을 맞춘 부분에만 손상을 주고 빛이 지나가는 길에는 아무런 손 상을 주지 않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펨토바이오메드는 세포가 지나가는 통로에 배열된 나노 주사기가 총을 쏘듯 유전물질을 발사해 T세포 안에 유전물질을 넣을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이 과정들을 모두 자동화한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 대표는 “나노 주사기가 담긴 채널 여러 개가 장착된 미세 칩 형태로 셀샷을 구현하겠다”며 “CAR-T 치료제를 개발할 능력이 있는 회사들에 셀샷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유리 주사기 내부에 만든 나노 구조체 자체에 특허를 걸어놔 후발 주자의 시장 진입도 차단했다.

CAR-NK 치료제, B세포 항암백신 개발 도전

지난해 11월에는 셀라토 즈테라퓨틱스와 CAR-NK 치료제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CAR-NK 치료제는 CAR-T 치료제보다 바이러스 벡터의 유전물질 전달 효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셀샷을 이용하면 세포핵 유전자를 조작하는 대신 mRNA나 플라스미드DNA를 세포질에 삽입하는 방식도 사용할 수 있다”며 “세포질에 mRNA나 플라스미드DNA를 넣으면 세포핵 유전자를 조작한 CAR-T 치료제와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유전물질의 농도가 낮아진다는 특성을 살려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B세포 항암백신 개발에도 도전한다. B세포는 면역세포가 암 항원을 알아볼 수 있도록 표지하는 기능을 한다. 암 항원을 포식한 B 세포는 MHC1을 통해 ‘CD8’이라는 킬러 T세포에게 암 항원을 죽이도록 신호를 보내거나 MHC2를 통해 ‘CD4’라는 T세포가 항체를 만들게 한다. 하지만 B세포는 항암제로서 개발이 그간 쉽지 않았다. B세포가 포식한 항원 단백질이 세포내도입(엔도시토시스)을 통해 MHC1로 이동하는 대신 MHC2에 전달됐기 때문이다. 이 경우 T세포가 암 항원을 죽이는 것보다 항체 형성에 집중하게 된다.

펨토바이오메드는 셀샷으로 B세포에 주입한 항원 펩타이드가 MHC2가 아닌 MHC1로 이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대표는 “셀샷을 적용한 B세포 항암백신은 전임상까지 외부에 위탁한 뒤 이후 제약사에 기술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널 평가
경쟁사 대비 고농도 전달에 강점
by 윤창민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

셀샷 플랫폼으로 2018년 미국 특허를 취득했고 2020년엔 유럽에서도 특허를 등록했다. 스퀴즈바이오텍의 셀스퀴즈 기술은 상대적으로 저농도 항원에 국한된 1차원 전달 기술로 다양한 항원들을 전달하기 어렵다. 반면 셀샷 플랫폼은 단백질 수준의 복잡한 고분자 물질까지도 고농도 전달이 가능하다. 향후 세포치료제 개발이 바이러스를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셀샷 플랫폼 가치 상승이 기대된다.

설립일 2011년 7월
상장 여부 2022년 코스닥 상장 목표
주요 사업 세포치료제 공정장비, 액적 분석장비 등 연구개발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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