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분류 인력이) 현장에서 문제없이 충원되도록 하고, 택배기사의 배송량을 매일 점검하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9일 주요 택배사 경영책임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설 명절 성수기에 택배기사들의 안전·건강 보호 조치를 점검하고 본사의 관리를 당부하는 자리였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 관련 1차 사회적 합의 이후 택배노조가 택배사의 합의 불이행을 주장하며 총파업을 선언한 데 이어 이달 초 택배 대리점연합회도 ‘밀실 합의’라며 파업을 예고하자 이 장관이 ‘원청 단속’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장관은 이날 서울 인사동 한국통합물류협회에서 주요 택배사의 종사자 보호 조치 점검 간담회를 열고 “택배 종사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하기 위해 여러분을 모셨다”며 “종사자 안전·건강 보호 조치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CJ대한통운 택배부문장(부사장)과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택배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 장관은 지난달 택배 과로 방지 대책 1차 사회적 합의를 언급하며 “택배 분류 지원 인력 6000명을 약속대로 충원할 수 있도록 노력해줘서 감사하다”며 “사회적 합의 정신에 따라 현장에서 문제없이 충원되도록 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리점과 함께 택배기사의 배송량을 매일 점검하고 업무량 조정, 인력 투입 등 필요한 조치도 빈틈없이 이행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장관은 또 지난해 택배 현장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감독 결과를 제시하며 원청의 안전관리 의무를 강조했다. 고용부는 지난해 10~11월 4개 택배사의 서브터미널 44곳과 대리점 430곳을 일제 감독해 컨베이어 방호장치 미설치 등 137건을 사법처리하고 과태료 4억여원을 부과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택배사 경영책임자들은 택배 터미널 상·하차 업무에 외국 인력 채용 등 기존 합의 내용을 조속히 추진해달라고 요청했다. 산재보험료 소급징수 면제 범위를 확대해달라는 요구도 했다.
경영책임자들은 택배 분류 지원 인력 충원, 택배차량 증차, 심야배송 금지 같은 안전관리 강화 방안 추진 상황도 설명했다. CJ대한통운과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밤 10시 이후 심야배송 제한 시스템을 이미 도입했고, 한진택배는 3월 도입 예정이다. 로젠택배는 심야배송을 하지 않고 있다.
이날 고용부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관련해 ‘산업안전보건 감독 종합계획’도 발표했다. 이 종합계획 역시 산업현장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본사(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종합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건설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면 해당 사업장뿐만 아니라 건설업체 본사도 정부의 감독을 받는다. 중대재해 당사자는 본사 소속 근로자뿐만 아니라 파견, 용역 등 모든 노무 제공자가 해당된다.
한 건설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반복 발생하면 본사뿐 아니라 본사가 관할하는 전국 공사현장의 60% 이상이 감독 대상이 된다. 2019~2020년 연속해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업체는 올해 중대재해가 한 건만 발생해도 본사와 전국 관할 현장이 감독을 받는다.
고용부는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 50인 이상 사업장의 안전관리 체계 구축을 위해 상반기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로 했다.
한편 이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고용노동청에서 ‘긴급 고용대책 점검회의’를 열고 “올해 1분기가 신속한 고용 회복 가능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분수령”이라며 “가용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부는 올해 직접일자리 사업(104만 명)의 80%(83만 명)를 1분기에 채용하고, 올해 편성된 고용유지지원금(78만 명분)의 52%(40만 명분)와 국민취업지원제도 지원 목표치(59만 명)의 32%(18만9000명)를 내달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