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사가 제시한 기본소득 지급안은 국민 1인당 연 50만원으로 시작해 다음 정부 임기 내에 연 100만원(분기별 25만원)까지 지급하는 것이 목표다. 기본소득 지급액은 10년 이후에는 월 50만원(연간 600만원)까지 상향된다. 필요한 예산은 △연 50만원에 26조원 △연 100만원에 52조원 △연 600만원에 312조원이다.
이 지사는 26조원은 일반 예산 절감, 52조원은 조세감면 축소를 통해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예산(558조원)의 56%에 이르는 312조원 조달을 위해서는 토지세, 로봇세, 데이터세 등을 기업과 자산가들에게 부과해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경제학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복지제도가 취약한 국가에 적합한 시스템을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최인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본소득은 몽골과 이란에서 시도된 적이 있는데 모두 부족한 복지 인프라를 이른 시일 내에 적은 비용으로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다”며 “이미 예산의 3분의 1을 복지에 쓰고 있는 한국에 도입할 제도는 아니다”고 했다.
기본소득이 복지제도의 기본 취지와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꼭 필요한 사람한테 주는 것이 오히려 정의로운 것이지 모든 사람한테 다 준다고 해서 보편복지로 포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경기부양 측면에서도 상위 10%에게 주는 것보다는 하위 10%에게 더 두텁게 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했다.
기본소득을 위한 증세 우려도 있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금 감면은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나 중소기업 저소득층에 집중돼 있다”며 “이를 깎아내면서 경쟁 국가들과 비교해 기업의 세 부담이 높아지면 누가 투자를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재정 당국인 기획재정부에서도 불편한 목소리가 나온다. 한 고위 공무원은 “한참 앞서 나간 이야기로 지금은 얘깃거리도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예산이라는 게 전체로 보면 덩치가 커서 잘라낼 부분이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 손을 대려고 들면 각각 용처가 정해져 있어 1조~2조원도 손보기가 벅차다”고 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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