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인재육성'의 산실…삼성장학회 역사 속으로

입력 2021-02-09 17:53   수정 2021-02-10 14:09

지난해 별세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주도로 설립돼 인재 육성의 산실 역할을 한 삼성장학회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설립된 지 19년 만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장학회는 최근 사업 종료를 결정하고 관련 내용을 회원들에게 공지했다. 삼성장학회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을 두고 사회적 논란이 불거진 2015년을 마지막으로 신규 장학생 선발을 중단했다. 지난해 마지막 장학생 기수의 박사과정(5년)이 마무리되면서 기존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학술행사 등 네트워킹을 담당해온 사무국도 문을 닫게 됐다.

삼성장학회는 이 회장의 ‘인재 중시’ 철학이 담긴 사업으로 꼽힌다. 이 회장은 2002년 자신의 이름을 따 현재의 삼성장학회인 ‘삼성이건희장학재단’을 설립했다. 2002년은 “21세기엔 S급 인재 1명이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이 회장의 천재 경영론이 업계에 파장을 일으킨 시기다. 장학회 설립을 위해 이 회장은 800억원, 당시 상무보였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700억원가량의 사재를 각각 출연했다. 삼성전자도 약 1500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놨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장학회는 매년 해외 유명 대학 및 대학원 유학생 100명을 선발해 1인당 5만달러씩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했다. 1기 선발 이후 2015년 14기까지 총 14회에 걸쳐 900명에 달하는 인재들이 혜택을 누렸다. 삼성장학회 출신 인재들은 국내외 주요 대학, 연구소, 기업에서 활동 중이다. 유학 이후에도 학문 간 경계를 넘어선 교류를 지속하며 국내 지식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경제적으로 여력이 있는 인재들의 유학 비용을 굳이 삼성에서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을 감안해 삼성장학회 사업을 종료하게 됐다”며 “대신 드림클래스 등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드림클래스는 교육 여건이 좋지 않은 중학생에게 영어, 수학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강사로 참여하는 대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황정환/송형석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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