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도 뉴타운·보금자리주택 사업을 밀어붙이다가 “토건족(族) 배불린다”는 공격을 받았다. 건설사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이 전 대통령의 이력도 한몫했다. 1기 신도시는 지은 지 30년이 됐는데 끄떡없고, 이명박 정부는 관급공사에서 원가를 하도 후려쳐 민간 건설사들이 지금도 고개를 절레절레하는 게 실상인데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와 대조되는 게 이 지점이다. ‘분배정의’라는 좌파 이념에 갇혀 공급을 끝까지 주저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5월에야 3기 신도시 다섯 곳 지구지정을 완료했다. 최근 발표한 2·4 공급대책도 마찬가지다. ‘특단의 공급’이라더니 가정에 가정을 더해 언제, 어디서 현실화할지 알 수 없는 ‘숫자놀음 대책’을 내놨다.
이번 대책의 가장 큰 특이점은 “전국에 83만여 가구를 공급하겠다”면서 예정지를 안 밝힌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새로 도입한 도심 공공주택, 공공 직접시행 정비, 도시재생 사업 모두 역세권 땅과 준공업지, 정비사업지 등의 집주인 땅주인 건물주가 참여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83만 가구는커녕 한 가구도 공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발표 당일 “쇼크 수준의 공급 확대로 시장이 확고한 안정세에 접어들 것을 확신한다”(홍남기 부총리)더니 다음날 “2·4 대책의 성공 여부는 땅주인과 건물주에게 달렸다”(윤성원 국토교통부 제1차관)며 발을 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급기야는 “이번엔 믿어달라”(변창흠 국토부 장관)고 ‘읍소 모드’다.
장삼이사(張三李四)도 예측하는 일을 주택정책의 ‘선수’들인 정책 책임자와 공무원들이 몰랐을 리 없다. 알면서도 ‘불로소득 엄단’이란 지고의 가치를 거스를 수 없어 혼란만 더할 면피성 대책을 또다시 내놓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1년여밖에 안 남은 마당에.
남은 임기를 감안할 때 2·4 대책은 “집값이 어떻게 되든 더는 알 바 아니다”는 선언과 다를 바 없다. 그렇기에 규제를 풀고, 거래를 활성화하는 친(親)시장 정책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그저 이번 정책에 따른 시장 혼란이 크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부동산 정책사(史)에 이런 정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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