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시댁에만 가면 설거지는 내 담당이 됐습니다."
연휴만 되면 시집살이 서러움을 토로하는 '며느라기'들의 목소리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뒤덮는다.
A 씨는 "왜 시댁 설거지는 며느리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넋두리했다.
그는 "시댁에 가면 시누이들은 식탁에 앉아 시어머니와 내가 주는 밥 먹고 그릇 하나 치우지 않는다. 폰 게임하며 누워있는 게 일상"이라며 "남편이 내 눈치 보며 '너도 좀 하라'고 얘기해 보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으로 들어간다"고 토로했다.
A 씨 남편이 설거지를 하려고 고무장갑을 찾으면 시어머니는 "난 우리 아들 설거지 시킨 적 없다"며 쏘아붙인다고. 그는 "우리 시어머니는 남자가 설거지하면 큰일 나는 줄 안다"라며 "나도 친정에선 귀한 자식인데, 시댁에선 현대판 종살이하는 기분"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또 다른 B 씨는 "시어머니가 음식 해 주셨으니 당연히 설거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불만을 가지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시어머니의 말 한마디 때문이다. 시어머니는 나서서 돕겠다는 아들에게 "TV 보고 있어. 이런 건 여자끼리 하는 거야"라고 했다.
B 씨는 "남편, 아들에게 일평생 설거지 한 번 안 시키고 독박으로 하던 집안일을 왜 며느리만 들어오면 바통 터치하듯 시키는 건지 알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친정어머니는 내 손에 물 한 방울이라도 묻으면 큰일 날 것처럼 하신다. 남편이 설거지하려 나서면 '사위는 손님'이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로 못하게 한다. 각각의 가정에서 소중하게 커온 아들, 딸인데 왜 이렇게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하는가"라며 분노했다.
워킹맘인 C 씨의 사연은 역대급이었다. 그는 "아직도 지난 설 때만 생각하면 아찔하다"며 경험담을 털어놨다.
당직 근무 때문에 설 차례를 지낸 후 시댁에 도착한 C 씨.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였다. "시댁 식구들은 이미 밥을 다 먹은 상태였다. '배고프지?' 하며 식사를 내주셨는데,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바로 설거지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C 씨는 시댁에서 나오자마자 눈물부터 났다고 했다. 그는 "이럴 거면 괜히 시댁에 갔다. 차라리 업무가 아직 안 끝났다고 할 걸 그랬다"며 후회했다.
C 씨의 화를 돋운 것은 바로 남편이었다. "남편이 내 편이라도 잘 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음식은 우리 엄마가 했으니 설거지는 네가 하는 게 당연하다'고 하더라. 그럼 너는 안 먹었냐고 했다가 연휴 끝날 때까지 한마디도 섞지 않았다"고 했다.
법알못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에게 명절 연휴 주부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갈등이 이혼소송으로까지 이어진 사례를 들어봤다.
실제 사례로는 집안 살림 하나하나 간섭을 하며 시누이의 식사, 반찬까지 준비하도록 종용, 결혼할 때 해왔던 혼수를 두고두고 타박하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줬던 시어머니에게 위자료를 청구했고 법원은 며느리의 이혼소송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설 명절 시가에서 차례 음식을 마련하던 부인이 미끄러져 손가락을 삐고 허리를 다치게 되었는데 걱정하지는 않고 음식 준비를 잘하고 있는지 묻는 시가 식구에게 화가 났고 결국 시누이, 시아버지와 싸우고 부부 싸움이 양가의 집안싸움으로까지 번지자 이혼소송을 한 사건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서울가정법원은 부부의 혼인관계는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혼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원고는 시댁에 대한 의무만을 강요하면서 시댁 식구들과 함께 피고를 타박하는 행위를 반복했고, 피고는 시댁에 대한 반감으로 시댁 식구들을 자신의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른인 시아버지에게 대들기까지 했다’며 이혼에 이르게 된 책임은 부부 모두에게 대등하게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민법에 의하면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에 의해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은 때를 이혼 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심히 부당한 대우’란 부부로서 생활을 계속하는 것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신체, 정신에 대한 학대 또는 명예훼손, 모욕을 당하는 경우입니다.
명절 이혼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내, 며느리에게만 편중된 과도한 가사노동을 강요하고 남편이나 시가에서는 공감이나 도움을 주지 않고 방관하는 것입니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만 생각하고 상대방 배우자와 배우자 가족에 대한 무시가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명절 갈등을 예방하려면 자기 자신보다 배우자와 배우자 가족을 배려해야 합니다. 명절은 돌아가신 분들을 기리는 것도 중요하고 체면이나 가풍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가족들이 행복한 명절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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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 /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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