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청룡영화제'는 쏠림 없는 시상식이었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골고루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9일 오후 9시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제41회 청룡영화상이 개최됐다. 올해 시상식은 지난해 12월 열릴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다.
시상식의 문은 송중기가 열었다. 그는 "설렘으로 가득해야 하는 오늘이 허전하게 느껴지는 건 저 뿐만이 아닐 것 같다. 환하게 웃던 미소가 마스크에 가려지고, 일상의 작은 위로였던 영화를 편안히 즐길 수 없어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이어 "2020년 한국영화 관객수는 전년도에 비해 3분의 1이었다. 전례없는 상황에서도 한국 영화는 끊임없이 달려왔다. 무엇보다 우리의 안전이 최우선 되어야 하는 시기다. 영화는 늘 우리 곁에 있을 것이며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가까이서 관객들과 함께할 수 있는 안전한 일상이 돌아오길 바란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송중기는 "묵묵히 한국 영화계를 지키고 계신 분들이 있다. 모든 관계자들과 관객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모든 후보님들과 함께 한국 영화를 응원하겠다"며 청룡의 얼굴 김혜수, 유연석을 소개했다.
김혜수는 "요즘은 '안녕하냐'는 인사, 건강하다는 소식만으로도 반갑고 고마운 때다"라고 인사했다. 그는 "코로나19 여파로 개최가 2달 미뤄졌다. 오래 기다린 만큼, 신중히 준비한 만큼 더 의미있게 꾸려가겠다"고 했다. 유연석은 "방역, 소독, 문진표 작성 등 현장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신인상에는 '버티고' 유태오와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강말금이 수상했다.
우도환, 이봉근, 이학주, 홍경을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안은 유태오는 "마음을 비우고 왔는데 제 인생에 신인상을 받는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라며 "신인임에도 저를 캐스팅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감격의 소감을 전했다.
강말금은 "귀한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3년 전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촬영부터 개봉까지 행복했다. 코로나로 마스크를 쓰고 영화관을 찾아준 감독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최다 관객상 1위는 '백두산'이었다. 제작자 김용화는 "고통스러운 순간에 전력을 다해준 감독과 이병헌, 하정우 등 수많은 배우, 스태프들에게 감사하다"면서 "백신을 맞는 그날까지 무탈하게 건강하시고 웃는 얼굴로 관객 여러분들을 뵙고 싶다"고 밝혔다.
신인감독상 후보에는 '82년생 김지영' 김도영, '찬실이는 복도 많지' 김초희, '남매의 여름밤' 윤단비, '사라진 시간' 정진영, '소리도 없이' 홍의정 감독이 올랐다.
영광의 주인공은 홍의정 감독이었다. 홍 감독은 "황당한 시나리오를 들고 찾아갔을 때 같이 가자고 해주신 제작사에 감사하다. 작은 영화에도 투자를 해주신 관계자들께도 감사하다. 유아인, 유재명 배우 없이는 이 영화가 시작될 수 없었다. 정말 너무 좋아한다. 현장에서 기댈 수 있었던 많은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마음을 전했다.
인기스타상은 유아인, 정유미가 수상했다. 두 사람은 무대 위에서 손을 꼭 잡고 서로 수상을 축하했다.
유아인은 "가장 받고 싶은 상이 인기스타상이다. 드라마, 영화 통틀어서 처음이라 기분이 좋다. 제가 요즘 인기에 목이 말라있는 상태다. 더 열심히 할테니 많은 사랑 부탁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정유미는 "예상치 못했던 상이다. 너무 좋아하는 친구와 이 상 받게되어 너무 기쁘고 떨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82년생 김지영'을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단편영화상은 '실'의 연출자인 이나연, 조민재 감독이 수상했다.
조연상엔 '다만악' 박정민, '강철비2' 신정근, 유연석, '남산의 부장들' 이성민, 이희준이 나란히 각축전을 벌였다. 결국 수상은 박정민에게 돌아갔다.
무대에 오른 박정민은 "수상을 예상 하지 못했지만 아주 작은 기대 정도는 하고 있었다. 딱 한사람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할 수 있다면, 딱 한분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故 박지선을 떠올리며 수상 소감을 이어갔다.
박정민은 "촬영할 때 제게 항상 괜찮냐고 물어봐준 친구"라며 " 늘 저의 안부를 물어주고 궁금해하던 친구가 작년에 하늘나라로 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아직 그 친구를 보내지 못했다. 괜찮냐고 물어봐주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 하늘에서 보고있는 그 누나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연기하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여우조연상에는 '82년생 김지영',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박혜수, 이솜, '결백' 배종옥, '반도' 이레가 후보에 올랐다.
트로피는 이솜의 차지였다. 그는 "고아성, 박혜수, 제작진들 너무 감사하다.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해주신 이종필 감독님께도 인사 전한다. 저는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데 애정이 식지 않을 것 같다. 지금도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고생하신 모든 분들 존경스럽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현장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감독상 후보에는 '강철비2' 양우석, '반도' 연상호, '남산의 부장들' 우민호, '윤희에게' 임대형, '다만악' 홍원찬이 올랐다.
'윤희에게' 임대형 감독이 수상자로 호명됐다. 그는 "저희 영화 '윤희에게'는 퀴어 영화다. 당연한 사실을 말씀 드리는 이유는 아직 모르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LGBT(성소수자) 콘텐츠가 자연스러운 2021년이라 기쁘다. 고민해서 더 좋은 영화 찍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마무리 했다.
남우주연상 후보에는 '소리도 없이' 유아인, '남산의 부장들' 이병헌,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이하 다만 악) 이정재, 황정민, '강철비2:정상회담'(이하 강철비2) 정우성이 대결을 펼쳤다.
제41회 청룡 남우주연상은 유아인이 차지했다. 그는 "최근에 이병헌 선배님과 촬영하며 무대공포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무대에 올라오면 긴장되고, 마주하는 관객에게 어떤 말을 해야할지 무대의 무게가 무겁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들으면서 참 못했던 제 시간을 돌이켜보고 위로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선배들께 많은 것을 배웠고, 곧 제 영감이었다. 배우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제 앞을 지켜주신 분들이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리고 싶다"고 인사했다.
'소리도 없이'에 대해 "저예산의 독특한 스타일의 호불호가 나뉘는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배우로서 한해 지날수록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200억 짜리 블록버스터 한번 해볼까? 라는 생각도 했다. 저 또 이러고 있네요, 저 아님 누가 웃기냐"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홍의정 감독의 '소리도 없이'는 배우의 첫 시작을 상기하게 하는 제안이었다. 현장에서도 고생할 것 같고 퀄리티 보장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작업에 임하며 가장 큰 가치는 새로움이고, 홍 감독의 윤리의식이었다. 영화라는 것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아시는 분과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 여러분들에게 사용당할 준비가 되어있다. 배우로서 살아가겠다"고 했다.
지난해 많은 여성 영화들이 개봉한 만큼 여우주연상은 여느때보다 치열했다. '윤희에게' 김희애, '정직한 후보' 라미란, '디바' 신민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전도연, '82년생 김지영' 정유미'가 올랐다.
각축전 끝에 여우주연상은 라미란에게 돌아갔다. 라미란은 "저한테 왜 이러세요"라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그는 "코미디 영화라서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왜 상을 주고 그러세요"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34회 때 조연상을 수상했다. 다른 곳에서 상을 받으며 다음엔 주연상으로 인사 드리겠다고 했는데 노미네이트 되자 마자 받아버렸다.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지난해 어려운 시기를 지나왔기에 그 안에서 작은 웃음 드린 것에 많은 의미를 주시지 않았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라미란은 "'정직한 후보' 스태프들 모두 고생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청룡에서 코미디가 상을 받다니 감격스럽다. 극중 캐릭터라면 '배우라면 주연상 한번쯤은 받아야죠?'라고 했을 것 같다. 웃으라고 한 소리다. '정직한 후보2'를 찍으려고 하고 있다. 내년에도 여러분들의 배꼽도둑이 되어 보겠다. 다음에도 꼭 받으러 오겠다"며 설렘을 드러냈다.
최우수 작품상엔 '남매의 여름밤', '남산의 부장들', '소리도 없이', '윤희에게', '82년생 김지영'이 뜨거운 경쟁을 벌였다. 결국 '남산의 부장들'이 최고의 영광을 안았다.
우민호 감독은 "감독상 수상 소감을 준비해왔는데 작품상이라니 감격스럽다"고 했다. 그는 "이병헌과 하면 꼭 작품상을 받는다. 다음에 받고 싶으면 이병헌과 해야 할 것 같다.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덕분에 받은 것 같다"고 재치있게 소감을 전했다.
한편 올해 청룡영화상은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안전하게 행사를 진행했다. 배우들은 마스크를 쓴 채 칸막이를 두고 앉았다. 스태프 상은 사전 별도 시상했다. 하지만 일부 수상자들의 소감이 지연되자 엔딩 음악을 넣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순간도 있었다.
여우주연상 = 라미란(정직한 후보)
남우주연상 = 유아인(소리도 없이)
감독상 = 임대형(윤희에게)
신인감독상 = 홍의정(소리도 없이)
여우조연상 = 이솜(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남우조연상 = 박정민(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신인여우상 = 강말금(찬실이는 복도 많지)
신인남우상 = 유태오(버티고)
최다관객상 = 백두산
기술상 = 진종현(백두산/시각효과)
촬영조명상 = 홍경표(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편집상 = 한미연(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음악상 = 달파란(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미술상 = 배정윤(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각본상 = 임대형(윤희에게)
인기스타상 = 정유미, 유아인
단편영화상 = 이나연, 조민재(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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