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를 제때 확보하지 못하는 일부 제조사는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자칫하면 한국 및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에 따른 북미 지역 3개 공장의 감산 조치가 적어도 다음달 중순까지 연장할 계획이라고 10일 보도했다. 미국 페어팩스, 캐나다 잉거솔, 멕시코 포토시 공장 등이 대상이다. 이들 공장은 이번주부터 공장을 가동하지 않고 있다. GM은 미국 웬츠빌과 멕시코 라모스아리스페 공장의 가동률도 낮추기로 했다.
한국GM도 감산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GM 부평2공장은 8일부터 가동률을 절반으로 조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당분간은 상황을 주시하면서 50% 생산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평2공장은 말리부와 트랙스 등을 생산하고 있다.
GM 외 다른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반도체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폭스바겐과 아우디, 도요타, 포드 등 대부분의 업체들이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내 업체들은 2~3개월 분량의 반도체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반도체 품귀현상이 장기화하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급차질이 오는 3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핵심 반도체 중 하나인 마이크로 컨트롤 유닛(MCU)은 지금 주문해도 26주가 지나야 납품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는 다른 시스템 반도체에 비해 수익성이 낮으면서도 안전 확보가 필수적이라 높은 신뢰성과 안정성이 요구된다"며 "이 때문에 신규업체의 진입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차량용 반도체가 제때 공급되지 못하는 현상은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이 크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자동차 판매가 크게 줄어들 것에 대비해 반도체 주문량을 줄였고, 가전 및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비대면 문화 확산을 염두에 두고 주문을 늘렸다. 대만 TSMC를 비롯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들은 가전 및 IT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부터 생산하기 시작했고, 차량용 반도체 생산은 뒤로 밀렸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TSMC 등 기존 업체 외 새로운 파운드리 업체를 발굴하려면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기존 업체와 협상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반도체 공급 차질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단기 물량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정부가 TSMC의 증산 등을 대만 정부에 요청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독일, 일본 등은 이미 대만에 증산 관련 요청을 했다.
정 회장은 또 "수급 차질 장기화에 대비해 삼성전자와 DB하이텍 등 국내 파운드리 업체의 차량용 반도체 생산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며 "신규투자 인센티브 제공 및 세제 지원 등을 통해 이들 업체가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도록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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