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주요 산유국 아랍에미리트(UAE)가 아랍권 최초로 발사한 화성탐사선 ‘아말(희망)’이 화성궤도 진입에 성공했다.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탐사선을 화성 궤도에 안착시켰다.
UAE “화성탐사선 궤도 안착, 교신 성공”
UAE 우주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는 두바이 무함마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MBRSC)의 옴란 샤라프 총괄은 9일(현지시간) “UAE가 화성궤도 진입이라는 거대한 이정표를 세웠다”며 “아말이 화성 궤도에 진입했고, MBRAC 지상 관제팀과 교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MBRSC에 따르면 아말은 이날 UAE 기준 7시42분(한국시간 10일 0시42분)에 화성 궤도에 진입했다. 그로부터 약 30분 뒤 MBRSC 지상 관제팀에 신호를 보내 교신했다.
화성 탐사선이 궤도 진입에 성공한 것은 미국과 구소련, 유럽우주국(ESA), 인도에 이어 다섯번째다. 아랍권 국가로는 최초다. 앞서 중국과 일본도 화성탐사선 발사까지는 성공했지만 궤도 진입에는 실패했다.
일본은 1998년 탐사선 ‘노조미’가 화성 궤도에 들어가지 못했다. 2011년엔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잉훠 1호’를 보냈으나 지구 궤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중국이 작년 쏘아올린 화성탐사선 톈원-1호는 오는 10일 화성 궤도 진입을 시도한다. 미국의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는 19일 새벽 화성 대기권에 진입해 착륙을 시도한다.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UAE 부통령 겸 총리는 “이번 성공으로 UAE는 아랍권 역사상 우주에서 가장 먼 거리에 도달했다”며 “아랍권이 다른 문화권과 경쟁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게 UAE의 목표”라고 말했다.
아말, 화성 연중 기후 관찰해 정보 보낸다
아말은 무게가 1.3t로 크기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비슷한 탐사선이다. 아말이 화성 궤도에 도착한 것은 작년 7월20일 발사 이래 약 7개월만이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발사체 H2A에 실려 일본 다네가시마 우주센터를 떠났다. 그간 시속 12만1000㎞로 우주 4억9300만㎞ 거리를 날아갔다. 궤도에 진입하기 약 30분 전부터 시속 1만8000㎞로 속도를 급격히 줄여 궤도에 안착했다. 아말은 궤도진입 후 약 두 달간 화성과 1000㎞~4만9380㎞ 거리인 포획궤도에 머물며 궤도를 조정한다. 이후 화성과 2만~4만3000㎞ 간격인 탐사궤도로 이동한다. 탐사궤도에서는 화성 기준 1년(687일)간 55시간마다 한차례씩 화성을 공전하면서 화성의 대기변화를 관측한다. 화성 표면을 관측하고 각종 사진을 촬영해 지구로 자료를 보낼 예정이다.
MBRSC는 “아말이 보내온 첫번째 자료를 오는 9월 발표할 것”이라며 “데이터 분석 결과는 오는 12월 초 나온다”고 밝혔다. 세계 과학자들이 연구에 쓸 수 있도록 자료를 공개할 방침이다.
'오일머니' 우주에 붓는 UAE
UAE는 '석유 부국' 재원을 활용해 최근 우주 탐사 프로그램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 석유 이후 시대를 대비한 차세대 주요 먹거리 산업으로 우주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알자지라는 "UAE 과학기술력을 개발하고,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시도"라고 보도했다. UAE는 2117년 화성에 정착촌을 건설하는 목표도 잡았다. 2019년 9월에는 아랍권 최초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우주인 3명을 보냈다.
UAE 우주 프로그램은 양대 토후국 중 하나인 두바이의 왕실이 주도하고 있다. 아말 화성탐사를 총괄하는 MBRSC도 두바이 군주 이름을 딴 기관이다. UAE는 아말이 화성 궤도에 진입하기 전 닷새간은 주요 공공기념물, 문화유산 등에서 각종 기념행사를 열었다.
UAE는 화성 탐사를 비롯한 우주 연구에 지금까지 200억디르함(약 6조60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아말 제작에서 발사까지는 약 2억달러(약 2300억원)가 들었다. 미국 콜로라도대 볼더 캠퍼스 대기 우주물리학연구소, 애리조나 주립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등과 협력해 6년여에 걸쳐 아말을 개발했다.
UAE는 달에도 탐사선을 보낼 계획이다. 무함마드 알막툼 UAE 부통령은 앞서 “UAE가 아랍권 국가 최초로 2024년 달에 우주선을 보낼 것”이라며 “달 탐사용 로버는 UAE 엔지니어들이 UAE에서 제조·개발한 '100% 메이드 인 UAE'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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