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세계 디지털 카메라 출하량이 1999년 이후 처음으로 1000만대를 밑돌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야외 활동이 급감하면서 하락폭이 커졌다. 디지털 카메라 제조사들은 전문가용 제품이나 영상 특화 기능을 갖춘 기기로 새로운 시장을 찾고 있다.
11일 일본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CIPA)에 따르면 지난해 디지털 카메라 글로벌 출하량은 888만대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42% 감소한 숫자다. 3년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다.
지난해 디지털 카메라 출하량은 당초 1167만대로 예상됐지만 코로나19 탓에 이보다 훨씬 못 미친 888만대에 그쳤다. 감소폭도 전년(-22%)보다 확대됐다.
CIPA의 집계가 시작된 1999년 전세계 디지털 카메라 판매량은 508만대 수준이었다. 2000년 1034만대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늘어 2010년 1억2146만대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면서 시장이 빠르게 줄었고 지난해 1000만대의 벽까지 무너졌다. 올림푸스가 작년에 24년 만에 디지털 카메라 사업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특히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진화하면서 이른바 '똑딱이'로 불리는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전체 카메라 시장이 42% 감소했는데 콤팩트 카메라가 대부분인 '빌트 인 렌즈 카메라'만 놓고 보면 감소폭이 47%로 더 컸다. 반면 미러리스 카메라는 26% 줄어드는 데 그쳤다. 한 카메라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중고가 제품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디지털 카메라 시장은 소폭 반등이 예상된다. 전세계 출하량이 작년보다 7% 증가한 953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영상 촬영이 늘어나면서 영상 기능에 특화한 제품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카메라 1위 업체인 캐논이 작년 11월 내놓은 'EOS M50 마크2'가 대표적이다. 2410만화소 APS-C 타입 CMOS 센서를 탑재해 4K 영상 촬영을 지원한다.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을 탑재해 스마트폰이나 PC와 연결하지 않고도 촬영과 동시에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할 수 있다.
소니는 지난해 보급형 풀프레임 카메라 알파7C와 전문가용 카메라 FX6 등을 선보이면서 영상 특화 제품의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알파7C는 기존 풀프레임 카메라 가운데 가장 가벼운 424g(렌즈 제외)으로 한 손 셀피 촬영이나 소형 짐벌, 드론 촬영 등으로 촬영 범위를 확장했다. 스위블 LCD를 장착해 다양한 각도에서 영상을 찍을 수 있다. FX6는 최대 4K 120fps 촬영이 가능한 전문가용 제품이다. 웨딩, 방송, 광고 등의 영역을 겨냥해 만들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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