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달 고용지표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 사상 최악의 기록을 줄줄이 갈아치웠다.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는 역대 최다, 실업률은 2000년 이후 최고, 취업자 감소폭은 1998년 이후 최대였다. ‘고용 쇼크’를 넘어 ‘고용 참사’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80만개에 이르는 노인 공공일자리 사업 개시의 지연이다. “세금 일자리 확대에만 치중하는 정부 정책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4분기 '깜짝 성장'은 수출 기업의 선전에 힘입은 것으로, 내수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확산으로 곪을대로 곪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0일 발표된 지난달 고용동향은 이런 한국경제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작년 12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보다 62만8000명 줄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폭 감소였다. 지난달엔 취업자 감소폭이 98만2000명까지 커졌다. 이보다 일자리가 많이 없어졌던 때를 찾으려면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2월(-128만3000명)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실업자는 41만7000명 늘어 157만명에 이르렀다. 이전 최고기록인 149만명(1999년 6월)을 넘어섰다. 실업률은 5.7%로 1월 기준 역대 최대기록인 2000년(5.7%)과 동률이다. 취업자가 아니면서 취업 노력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는 1월 86만7000명 늘어난 1758만명이었다. 역시 사상 최대다.
그간 고용난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했던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가 2013년 통계 집계 이래 처음 줄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지난달 7만4000명의 취업자가 줄어든 해당 분야에는 ‘노인일자리’가 많다. 정부가 세금으로 월 20만~30만원 인건비를 주는 세금으로 주는 일자리다. 그런데 새해 초 노인일자리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보건업 고용에 직격탄이 됐다.
노인일자리 전담 공공기관인 노인인력개발원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새해 사업 개시를 미룬 영향 등으로 사업 대부분이 1월 하순 이후에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매달 15일을 전후해 이뤄지는 고용 통계 조사 이후에 대부분의 노인 일자리 사업이 시작되면서 관련 취업자가 적게 집계됐고 보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규모 재정일자리 공급의 ‘착시효과’를 걷어내면 고용 시장이 얼마나 망가져 있는지 잘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노인일자리 차질 여파로 그간 계속 증가하던 60세 이상 취업자도 지난달 1만5000명 감소했다. 물론 20대(-25만5000명), 30대(-27만3000명), 40대(-21만명), 50대(-17만명) 등 다른 연령대 타격은 더 컸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재정일자리 및 재정투입 확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홍 부총리는 “1분기 중 90만개 이상 재정일자리를 공급하고 소상공인 버팀목 자금 등을 3월까지 전액 지급하겠다”고 했다. 민간일자리 창출 노력도 하겠다고 했지만 여수 석유화학공장 신·증설 등 2건의 투자에 대한 애로 해소, 규제샌드박스 확대 등에 그쳤다.
강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공정경제3법 등 규제를 강화한 것도 민간일자리 창출을 저해하고 있는데, 이런 점에 대한 반성과 정책 전환은 안 보인다”고 꼬집었다. 최인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을 투입만 많이 하고 효율적으로 못 쓰는 것도 문제”라며 “전국민 재난지원금 등 무분별한 현금 지원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신산업 육성, 경제 구조 개선 등에 재정을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준/구은서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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