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120년 전통 뚫은 中 여인…영국 학계 '발칵' [글로벌+]

입력 2021-02-11 09:00   수정 2021-02-11 09:54


영국의 세계적 명문대 옥스퍼드대가 저명 물리학 석좌 프로그램 명칭에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를 집어넣어 시끌시끌하다.

옥스퍼드대가 영국과 중국간 정치적 갈등이 커진 상황에서 70만 파운드(한화 약 10억7000만원)에 불과한 기부금을 받고 120년 역사의 프로그램 명칭을 바꿨다는 이유에서다. 이 명칭 변경을 성사시킨 주역인 링거(Ling Ge) 텐센트 유럽 대표(사진)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에 따르면 옥스퍼드대는 텐센트로부터 70만 파운드를 기부받는 조건으로 120년 전통의 유명 물리학 석좌 프로그램 '와이크햄' 명칭을 텐센트를 병기하는 형식의 '텐센트-와이크햄'으로 변경했다.

와이크햄은 1900년에 제정된 전통적 물리학 석좌 프로그램이다. 1379년 옥스퍼드대 내 뉴컬리지를 설립한 윌리엄 오브 와이크햄 주교 이름을 따 명명됐다.

와이크햄 주교는 옥스퍼드대의 모토인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yth man)"를 만들기도 했다. 영화 '킹스맨'의 대사로도 알려진 문구다. 옥스퍼드에는 물리·논리·고대역사 등 3개 학문 분야에서 와이크햄의 이름을 딴 석좌 교수직이 있다.

텐센트는 전세계 수억 명이 사용하는 인스턴트 메시징 애플리케이션(앱) 위챗(WeChat)을 보유하고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쇼핑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시장가치가 5000억 달러에 달한다. 최근엔 중국 관영 매체 '상하이정취안바오'가 중국의 기업가들을 칭송하는 논평에 텐센트 창업자이자 CEO인 마화텅을 거론하기도 했다.

영국 학계와 언론들은 옥스퍼드대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현지 일간 데일리메일은 "중국이 신장 위구르 인종학살과 홍콩·티베트 인권 탄압 등 반(反)민주적 억압 정책으로 국제적 비난을 받는 가운데, 정부와 관련된 중국 IT기업이 자금력을 활용해 영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옥스퍼드대 총장을 지내고 마지막 홍콩 총독을 역임했던 크리스 패튼 경은 "중국과 영국 대학간 관계를 종합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중국은 전세계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에 위협이 되며 이 거래엔 심각한 전략·안보적 이슈가 걸려 있다"고 비판했다.

이언 던컨 스미스 전 보수당 대표도 옥스퍼드대에 "결정을 재고하라. 영국 대학들이 돈이라면 기꺼이 중국에 굴복하려는 정도에 끝이 없는 것 같다"며 맹비난했다.

영국 정보기관 MI6 대표였던 리처드 디얼러브는 "옥스퍼드대가 고작 70만 파운드에 명예로운 석좌교수 이름을 바꾸기로 한 것이 놀랍다"면서 "이런 것의 가치는 통상 수백만 파운드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옥스퍼드대 물리학 프로그램에 발을 들여놓는 것은 중국 정부의 전략적 이해가 걸린 사안"이라고 짚었다.

이번 명칭 변경을 주도한 링거 대표도 조명을 받고 있다. 그는 유럽 내 텐센트의 투자와 전략적 제휴를 총괄하고 있다.

영국 언론들은 그가 옥스퍼드 출신으로 관련 교수들과 친분이 두텁다는 점을 활용해 결정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링거 대표는 옥스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양자컴퓨팅 연구 전문가다.

옥스퍼드대는 "기부금 조율 과정에서 엄격한 심사를 거쳤다. 텐센트는 우리의 독립적 기부 검토 위원회로부터 적절한 기부자로 승인됐다"며 "기부자들은 그들이 후원하는 직책의 연구와 교육 프로그램에 발언권이 없고, 공개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자료 외에는 연구 결과에도 접근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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