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선택적 입장표명? 불리할 때는 "재판 중 사안이라…"

입력 2021-02-10 15:01   수정 2021-02-10 15:26



"에너지전환 정책 자체가 수사대상이 된 것에 대해 총리와 법무부 장관께서 대정부질문에서 하신 말씀으로 갈음하겠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1심서 실형 선고받자)

청와대가 현 정부에 미치는 유·불리에 따라 법원 결정에 따른 입장 표명 여부를 바꾼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측은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조작 의혹’ 재판과 관련해 9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에너지전환 정책 자체가 수사대상이 된 것에 대해 총리와 법무부 장관께서 대정부질문에서 하신 말씀으로 갈음하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앞서 정세균 총리는 대정부질문에서 “대통령의 국정과제가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돼선 안 된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문제가 어떻게 사법적 판단 대상이 되는지 참으로 의아스럽기 짝이 없다”고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가 에너지 정책을 직접 목표로 하는 수사가 되어서는 안 되고, 그런 수사는 아닐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했다.

백운규 전 장관의 입장을 옹호하던 청와대가,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것에 대해선 "재판 중인 사안이다"라며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김 전 장관 등의 1심 선고와 관련,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원칙적으로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판결 내용을 확인한 후에 필요하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김선희 임정엽 권성수 부장판사)는 업무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표 제출을 종용하고, 이들 가운데 실제 사표를 낸 13명 가운데 12명에게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전·현직 장관 중 처음으로 구속되는 불명예의 주인공이 됐다.

사안에 따라, 또는 현 정부에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따져보아 입장 표명이 오락가락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사찰 DNA 없다'던 청와대, ‘김은경 구속’에 응답하라"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재판부가 판결한 대로, 정권이 바뀔 때 사표를 제출하는 일은 이전 정부에도 있었지만 이처럼 대대적인 사표 징구(徵求)는 없었다"면서 "'사찰 DNA가 없다'더니 ‘민간인 사찰’에 ‘코드 사찰’까지 드러난 문재인 정부다. 사법부 수장의 ‘거짓말 DNA’에 장관 후보자의 ‘책임 전가 DNA’도 시전 중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먹칠을 삼가달라'며 검찰과 야당을 맹비난했던 청와대는 법원이 확인한 사실에 무슨 입장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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