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대들의 1일 SNS 접속횟수는 10회 이상이라는 답변과 하루 평균 사용 시간이 5시간 이상이라는 답변이 다수이다. (사진=㈜형지엘리트)
10대 사이에서 SNS는 취미와 흥미 콘텐츠 소비가 대부분이다. 데이터 분석기업 오픈서베이에서 공개한 ‘소셜미디어와 검색 포털에 관한 리포트 2020'에서는 10~50대 남녀 620명의 SNS를 쓰는 이유를 조사했다. 결과를 보면 '취미·관심사의 공유(46.8%)'에 이어 '흥미 위주 콘텐츠 획득(46.4%)'이 2020년을 기준으로 가장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지인·친구와의 교류’는 26.1%로 2018년도보다 10% 낮아져 2020년을 기준으로 비교적으로 낮은 답변률을 기록했다. 기존 서비스의 주요 용도가 전체적으로 ‘지인 교류’에서 ‘콘텐츠 소비’로 바뀐 것이다.
△ 오픈서베이에서 시행된 ‘SNS를 쓰는 이유’ 설문조사 결과. (사진출처=오픈서베이)
이러한 흥미 위주 콘텐츠의 중심에는 유머 계정이 주를 차지한다. 재미있는 사진, 영상, 움짤 (움직이는 짤방의 줄임말로 gif 형식의 움직이는 그림파일) 등으로 구성되어 다양한 SNS 플랫폼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유머 페이지/계정들은 흥미로운 콘텐츠로 수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계정들의 게시물에는 10대들에겐 맞지 않는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위)2만여명의 팔로워를 지닌 인스타그램 유머 계정 콘텐츠 캡쳐본. (사진=인스타그램)
(아래)각각 1만여명, 14만여명의 팔로워를 지닌 페이스북, 트위터 유머 계정 콘텐츠 캡쳐본. (사진=페이스북, 트위터)
현재 페이스북에서 40만 여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페이스북 유머 페이지 ‘해외축구갤러리’를 구독하고 있는 이 군(가재울중학교 2)은 평소 휴식 시간에 매일 1-2시간씩 흥미 위주의 사진, 짤, 동영상을 애독하고 있다. 그는 “계정 콘텐츠는 물론 댓글에서도 서슴없는 욕설이 보인다”며 이러한 콘텐츠를 보는 것에 “불쾌감은 느끼지만 욕설이 가미돼 더 흥미로운 점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콘텐츠에서 욕설은 워낙 많아 이제는 별 감흥이 없다”고 덧붙였다.
해당 페이지에선 게시글을 올리는 사람에 한해 ‘심한 욕설 또는 패드립 (패륜+ 드립 혹은 "'패밀리+드립"'의 합성어로 상대방의 가족 친지를 농담의 소재로 삼아 사용하는 모욕을 의미)을 할 경우’ 차단의 대상이 된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해당 페이지를 포함한 수많은 계정에서 자극적인 재미를 위한 욕설이 난무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2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지닌 ‘humor._.attack’이라는 계정을 구독중인 이(18·여)양은 “수위 높은 욕설과 선정성 있는 콘텐츠들을 자주 봤다”며 “인터넷 사진, 짤 같은 것들은 이제 거의 항상 욕설을 담고 있으며, 솔직히 욕설이 있어야 자극적이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유머 계정들은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아 쉬는 시간에 보면 친구들이 할 일 없을 때 항상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해 상황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이러한 게시물들을 보며 이 양은 “개인적으로 게시물 내용들이 저급하다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남들이 다 보기에 나도 보게 되는 것 같다”며 “유머 계정을 보는 것은 시간 보내기 좋은 활동 중에 하나”라고 했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유머 계정의 언어오염과 욕설이 담긴 콘텐츠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청소년들에 관해 다른 유머 페이지 관리자들에게 이와 같은 게시물에 관한 제재 방식에 대해 문의했지만, ‘별도 입장이 없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모두가 힘든 시기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 가지 못해 사회 생활을 할 수 없는 청소년들은 더욱이 고립되고 있다. 이향숙 한국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은 한 매체 인터뷰에서 “표현이 과격해지는 인터넷과 영상매체가 청소년 언어오염의 출발점이 되고, 이러한 욕설은 학생에게 흡수되고, 이 말이 교실에서, 학원에서 만나는 다른 친구들에게 금세 퍼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 유머 계정의 콘텐츠는 댓글에서 또다른 욕설과 함께 공유되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현재의 청소년들은 이제 욕설이 유머의 기본적인 단위로 치부되는 현실에 살고 있다. SNS 유머계정 들을 통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유해 언어가 무의식적으로 그저 ‘재미있는 사진’으로 간주되면 앞으로도 폭력적 언행에 무감각해질 수밖에 없다. 더 이상 이대로 방치될 수 없는 욕설로 가득한 흥미 위주 콘텐츠들의 제재 방침이 시급해 보인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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