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전국 부동산 시장은 말 그대로 ‘역대급 불장’이었다. 총 24번에 걸친 이번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집값이 안정되기는커녕 상승폭이 더 가팔라졌다. 작년 7월 말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새 임대차보호법은 유례없는 전세대란을 가져왔다. 매수세로 전환된 전세 수요는 전국 집값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서울 등 수도권을 규제하자 광역시 등 지방이 오르는 ‘풍선 효과’도 상승세를 부추겼다. 저금리 속 유동성이 넘치는데 집값만 잡겠다고 내놓은 정부 대책들이 부작용만 키웠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전국 주택(아파트·단독·연립) 매매가격 상승률은 5.36%를 기록했다. 2011년(6.14%)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서울에선 외곽에 자리잡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했던 노원구가 4.74% 올랐다. 수도 이전 논의가 있었던 세종시의 상승률은 무려 37.05%에 달했다. 작년 주택 전세와 월세 가격은 각각 4.61%, 1.09% 올랐다. 둘 다 2015년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올해 부동산 시장은 이번 정부가 지난 4일 내놓은 25번째 대책인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2·4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에 달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정부가 추가로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은 ‘서울 32만3000가구, 전국 83만6000가구’라는 사상 최대 규모 공급 목표를 제시했다. 공공 주도 개발로 이만큼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인데, 주민 3분의 2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 즉 공공 주도 개발이 호응을 얻지 못하면 메가톤급 목표치는 아무런 의미도 없게 된다.
일단 시장에서는 “이번 대책이 적어도 불안 심리를 잠재우고 장기적인 안정세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와 “구체적인 사업지를 하나도 제시하지 못한 헛발질”이라는 반응이 동시에 나온다. 대책 발표일인 지난 4일 이후 매수 주택은 공공 주도 개발 땐 현금청산돼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의 수정 보완과 서울시장 선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정세 등이 올해 부동산 시장을 좌우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내집 마련을 하려는 실수요자든 안정적인 수익을 노리는 부동산 투자자든 모두 이런 변수들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유정/장현주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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