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의 대형 스크린으로 뮤지컬, 트로트 공연 실황을 감상한다. 스탠딩 개그 공연도 공연장 대신 극장에서 즐긴다. 극장과 공연장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관객이 줄어들면서 생긴 현상이다. 극장들은 클래식, 오페라 실황을 일부 상영관에서 틀어주던 데서 나아가 영역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관객 발굴을 위해서다. 공연계도 다양한 수익 창출과 관객 확장을 위해 적극 호응하는 분위기다.
‘시데레우스’ 이후에는 뮤지컬 ‘호프’ ‘인사이드 윌리엄’과 연극 ‘깐느로 가는 길’, 전통예술 ‘新(신)심방곡’, 무용 ‘고요한 순환’ 등 여섯 편의 공연 실황을 상영한다. 이 사업과 별개로 CGV는 서울예술단의 창작 뮤지컬 ‘잃어버린 얼굴 1895’ 실황도 오는 24일부터 전국 40개 상영관에서 선보인다. 상영 작품은 모두 4K 카메라 등을 활용해 극장용 영상으로 별도 제작했다. 라이브 공연을 단순히 영상으로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각도와 고화질로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러 세대의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모으기 위해 트로트 공연 실황도 잇달아 상영하고 있다. CJ CGV는 지난해 9월 가수 김호중의 영화 ‘그대 고맙소: 김호중 생애 첫 팬미팅 무비’를 선보였다. 메가박스는 설 연휴에 맞춰 11일부터 ‘송가인 더 드라마’를 전국 100여 개 지점에서 상영한다.
코로나19로 극장 매출은 지난해부터 급감했다. 국내 대표 멀티플렉스 CJ CGV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70% 감소해 5834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엔 12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엔 392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로 돌아섰다.
공연계에서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영상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극장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분위기다.
한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공연장 무대만으로는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렵다”며 “온라인 상영뿐 아니라 극장의 큰 스크린을 통해서도 관객이 실감나게 공연을 즐기는 게 새로운 공연 문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V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개그맨들에겐 극장이 새로운 활동 공간이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CJ CGV의 박준규 ICECON 콘텐츠사업팀장은 “극장 공연은 관객에게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공연장에서의 공연까지 관람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