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집콕 연휴' 땐 OTT 대신 책 몰아볼까

입력 2021-02-10 16:14   수정 2021-02-11 00:02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귀성도 어렵고 외출도 꺼려지는 설 연휴. ‘집콕’ 생활에서 가장 유용한 위안거리는 책이다. 유용한 정보를 담은 경제·경영·실용서도 좋다. 상상력을 키우고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문학작품도 빼놓을 수 없다. 책과 함께 연휴를 알차게 보내면 어떨까.

최근 서점가에서 눈길을 끄는 책은 단연 《파친코》(문학사상)다. 재미동포 이민진 작가가 쓴 소설로, 교보문고 1월 다섯째주 종합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지난주보다 18계단 상승한 13위를 기록했다. 미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애플TV가 드라마로 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외에서 화제몰이 중이다. 미국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는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과 인기배우 이민호 등이 출연한다는 소식은 독자들의 관심에 더 큰불을 지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국내 플랫폼에서도 최근 앞다퉈 소설, 웹툰,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향후 원작 서적들에 대한 판매 효과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뜸했던 영화 관객들이 애니메이션 영화를 통해 다시 극장가를 찾고 있는 점도 서점가의 호재다. 지난달 개봉한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극장판의 흥행이 서점가로 이어지면서 신규 시리즈도 같은 기간 교보문고 종합베스트셀러 17위에 진입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볼 수 있는 TV 예능 프로그램에 작가가 출연하거나 추천서로 소개된 ‘예능셀러’도 집콕족의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11월 출간된 원태연 시인의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북로그컴퍼니)는 원 시인이 지난달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이후 각 서점 판매 순위에서 역주행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올해로 출간 20주년을 맞은 파울로 코엘료의 장편소설 《연금술사》(문학동네)도 스타 강사 김미경이 KBS 2TV ‘비움과 채움-북유럽’에서 자신의 ‘인생 책’으로 꼽으면서 1월 셋째주 영풍문고 문학부문 9위에 올랐다. 이 책은 평범한 양치기 산티아고의 여정을 통해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의 추천서로도 유명하다.

연초에 잘 팔리는 동기 부여용 자기계발서와 에세이도 인기다. 김유진 미국 변호사의 《나의 하루는 4시30분에 시작된다》(토네이도)는 아침 기상 시간을 새벽으로 당기면 자신만의 온전한 시간을 늘려 하루를 더욱 알차게 보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고전 연구가 조윤제의 《다산의 마지막 습관》(청림출판)은 다산 정약용이 말년에 유학의 기초 교재 ‘소학’을 다시 읽으며 공부의 기본정신으로 돌아가고자 한 마음가짐을 일러준다.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신작도 눈에 띈다. 하성란 작가는 세 번째 소설집 《푸른수염의 첫 번째 아내》(창비)를 20년 만에 새롭게 단장해 들고나왔다. 프랑스 전래동화 ‘푸른수염’을 재해석한 표제작 ‘푸른수염의 첫 번째 아내’ 등 단편소설 11편이 담겨 있다.

철도원으로 유명한 일본 작가 아사다 지로의 새 책 《겨울이 지나간 세계》(부키)도 나왔다. 도쿄 단독주택에 살며 대기업 계열사 임원까지 지낸 예순다섯 살 다케와키 마사카즈가 정년퇴직 송별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지하철에서 뇌출혈로 쓰러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의식을 잃은 채 집중 치료를 받으며 사흘 동안 누워 있던 다케와키는 별안간 포근하고 따뜻한 행복감에 사로잡혀 깨어난다.

《낯익은 괴물들》(폭스코너)은 김이설, 듀나, 주원규, 권정현 등 9명의 작가가 성 착취, 인공지능 등 우리 시대 가장 논쟁적인 주제들을 다룬 테마 소설집이다. 우리 곁에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사안들을 예리한 문체로 담아냈다.

은정진/이미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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