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는 이념 없다"…한국이 무섭게 봐야할 중국의 독한 전략[더 머니이스트-Dr. J’s China Insight]

입력 2021-02-14 09:05   수정 2021-04-06 18:23


황금비율은 교과서에 나와 있지만 아무리 황금비율로 배합해도 황금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황금비율+'알파', 그 알파가 바로 고수의 노하우이고 진짜 기술입니다. 그래서 진짜 기술은 특허를 내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황금제조 비법을 가진 고수는 함부로 칼을 뽑지 않습니다. 검광이 휘날리는 순간 상대의 목을 칠수 있지만 목을 치는 순간 그 검법은 세상에 노출됩니다. 노출 되어버린 검법은 더 이상 비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첨단기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첨단기술은 함부로 시장에 내놓지 않습니다.

서방은 1780년 증기기술혁명이후 1900년대의 전기, 화학의 2차산업혁명, 1970년대이후 정보통신, 바이오의 3차산업혁명을 거쳐 이제 2020년부터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1839년 아편전쟁 전까지 세계 1위의 경제력을 자랑했던 중국은 어떤가요? 영국의 앞선 기술을 물로 보다가 유럽의 작은 섬나라의 반식민지로 추락했고, 그때부터 1978년 등소평의 개혁개방 시기까지 139년간 세계의 병자로, 지지리도 못난 아시아의 가난뱅이로 살았습니다.
등소평, 139년 가난뱅이 국가의 '경제 설계사'
“키 작은 사람 조심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 역대 지도자의 신장을 보면 창업자 모택동은 180cm, 장쩌민은 176cm, 후진타오 173cm, 시진핑은 180cm 이고 등소평은 157cm입니다. 모택동 주석이 회의에서, 찬성하는 사람은 모두 일어서라는 발언을 했는데 키가 작아 앉아 있는 것처럼 보였던 등소평에게 “등소평 동지는 앉아 있으나 서있으나 마찬가지니 그냥 앉아 있으라”는 농담을 했다는 믿거나 말거나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중국의 역대 지도자중 최단신인 등소평이 큰일을 냈습니다. 등소평은 중국 역대지도자중 유일하게 서방에 유학한 세계적인 안목을 가진 리더였습니다. 등소평은 일찍이 1918년 근공검학(勤工儉學)프로그램, 지금으로 치면 워킹 비자 유학프로그램으로 프랑스에서 유학했습니다. 당시 최고 선진국이었던 유럽을 본 키 작은 리더의 안목이 139년만에 중국을 바꿔 놓았습니다.

'중국경제의 설계사'로 불리는 등소평의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이, 1968년에 독일을 제치고 경제 규모 세계 2위에 올랐던 일본의 자리를 42년 만에 중국이 꿰차게 만들었습니다. 1978년 도입한 등소평의 개혁개방정책 32년 만의 일입니다. 2020년 12월10일 일본경제연구센터(JCER)는 2028년이면 중국이 미국GDP를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가의 리더가, 그리고 리더의 안목이 정말 중요합니다.

공업화에 뒤지고, 산업화에 밀리고, 정보화에 늦었던 중국이었습니다. 이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산업화, 정보화의 최대 수혜자로 등극했습니다. '선발자 이익'이 아니라 '후발자 이익'을 최대로 누린 탓입니다.

중국은 철강, 화학, 가전, 자동차, 조선, IT로 이어지는 산업의 미국 → 일본 →한국, 대만 → 중국으로 국제적 이전과정에서 최종 종착지의 역할을 했습니다. 세계의 주문자 제조방식(OEM)공장으로 부상했고 이젠 거대한 서플라인 체인을 형성하면서 미국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대국이 됐습니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2년간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무역전쟁을 치열하게 했지만 이미 거대한 생태계를 갖춘 중국을 좌초 시키는 것은 불가능 했습니다.
'후발자 이익' 누린 중국, 세계 최대 플랫폼 국가로 성장
14억명의 중국은 16억5000만명의 모바일 가입자와 10억명의 인터넷가입자를 가지면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의 플랫폼 국가가 됐습니다. 덕분에 중국의 양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와 알리바는 세계 시총기준 6위와 8위로 등극했습니다. 세계 1위의 메모리반도체, LCD, 스마트폰 메이커인 삼성전자는 12위에 그치고 있습니다.

필자가 이런 중국에 대해 주의 깊게 보는 분야는 바로 중국의 기술확보 전략입니다. 서방국가들, 상품은 팔지만 첨단기술은 절대 팔지 않습니다. 첨단기술 황무지였던 중국의 첨단기술 확보 전략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첫 번째 기술확보 전략은 '육참골단(肉?骨?)전략'입니다. 살을 주고 뼈를 얻는 전략이었습니다. 중국은 시장을 내주고 기술을 얻는 전략을 썼습니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시장은 연간 2600만대의 자동차를 사는 중국입니다. 미국은 1600만대선에 그치고 있습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전세계 자동차 백화점입니다. 세계의 모든 브랜드가 다 들어와 중국시장을 파먹고 있지요. 중국의 국산 자동차비율은 40%대에 그칩니다.

중국은 기술력이 전무했던 내연자동차 분야에서 시장을 주고 기술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무서운 속내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바로 차세대 자동차인, 전기차에서는 세계 제패를 꿈꾸고 있습니다. 이미 중국은 2020년 286만대 규모 세계 전기차시장에서 세계점유율 41%로 미국의 11%를 제치고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단비구생(?臂求生)전략'으로 팔을 잘라주고 목숨을 건지는 전략입니다. 미국과의 기술전쟁에서 미국은 중국이 5G(세대)통신에서 앞서 나가자 5G통신장비에서 세계 1위이자 중국1위 업체인 화웨이에 대해 장비구매금지와 미국산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의 수출금지조치를 내립니다.

통신장비와 스마트폰은 안을 보면 '반도체 통조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반도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2019년 세계 스마트폰시장에서 미국의 애플을 제치고 세계 2위까지 도달했던 화웨이는 절대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려기 위해 전략을 썼습니다. 스마트폰 사업과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AP)칩 사업을 접는 시늉을 하면서 미국의 제재완화 유도를 통한 생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들, 작은 걸 내주고 큰 걸 취하는 전략 구사
셋째는 죽은 천리마의 뼈를 천금을 주고 산다는 '천금매골(千金買骨)전략'입니다. 중국 연소왕(燕昭王)의 고사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왕이 제나라의 침략으로 위기에 처하자 곽외(郭?)에게 나라를 구할 천하인재를 구하는 방법을 물었더니 곽외(郭?)가 천리마를 구하려고 죽은 천리마의 뼈를 천금을 주고 사는 고사를 왕에게 들려 줍니다.

하루에 천리를 달리고, 하도 빨리 달려 말의 땀구멍에서 피가 날 정도로 빠른 천리마는 너무나 희귀하기 때문에 팔려고 함부로 내 놓지도 않습니다. 그런 희귀품은 결국 파격적인 가격으로 사들이는 수 밖에는 없다는 것이지요. 천리마를 구하는데 실패했지만 현명한 신하는 죽은 천리마의 뼈를 천금을 주고 사서 돌아옵니다. 왕은 쓸데없는 데 돈 썼다고 대노했지만 현명한 신하는 이렇게 설득합니다.

죽은 천리마의 뼈도 천금 주고 사는데 산 천리마는 왕이 만금, 십만금을 주고 살 거라는 기대와 소문이 나면 숨어 있는 진짜 천리마를 파는 사람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왕이 고가로 천리마를 산다는 소문이 퍼지자 정말 숨어 있던 천리마가 매물로 나와 일년만에 왕은 천리마를 세 마리나 구했다는 것입니다.

중국 칭화대 법학박사 출신의 시진핑 주석은 금융전문가가 아닙니다. 베이징대 경제학박사 출신의 리커창 총리가 경제와 금융의 전문가입니다. 그런데 2018년 11월 상하이 제1회 국제수입박람회장개장식 기조연설에서 시진핑 주석이 돌연 직접 첨단기술주전문 증권시장인 커촹반(科?板)시장을 상하이거래소에 만들 것을 지시합니다.

통상 중국은 그간 중소반, 창업반 같은 특화자본시장을 만드는데 2~3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이 지시한 커촹반(科?板)시장은 불과 8개월만에 뚝딱 만들어 2019년 7월22일 시장을 개장했습니다

커촹반(科?板)시장에서 주목할 포인트는 세가지입니다. 첫째, 중국정부가 정한 6대 첨단산업기술기업이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상장시켜 준다는 것입이다. 둘째, 중국은 상장규정이 엄격한데 이익, 설립연한, 규모 등등 이런 상장기준을 충족해도 감독원과 거래소의 허가를 받아야만 상장이 가능한 '허가제'인데 반해 커촹반은 주간사와 상의해 바로 등록시키는 '등록제'를 도입했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기업들이 커촹반에 상장도 되기 전에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수조단위의 펀드를 설정해 상장하기만 하면 바로 사주어 주가를 올릴 준비를 했다는 것입니다.

지금 전통산업중심인 중국 상하이 거래소의 이익대비 주가비율(PER: 현재 주가가 이익대비 몇 배수준인지 평가하는 지표)은 17배, 기술주가 많은 심천거래소가 38배 인데 반해 커촹반은 89배입니다. 전형적인 '천금매골(千金買骨)전략' 입니다.
첨단기술 '올인 전략'…범국가적인 노력 있어
중국의 세번째 기술전략은 바로 돈으로 미국 이외 국가의 최첨단기술을 사는 것입니다. 아직 실력 떨어지는 중국의 '무늬만 첨단기술'인 중소기업에 나스닥의 2배가 넘는 기업가치평가를 적용하는 겁니다. 이렇게 주식을 사주면서 미국의 강력한 첨단기술 봉쇄전략을 뚫어 보겠다는 전략입니다. 세계최대 규모로 부상한 IT 자동차 시장과 더불어 중국의 본토시장에 오기만 하면 천금을 주고 기술을 사겠다는 '육참골단(肉?骨?)전략'과 '천금매골(千金買骨)전략'을 동시에 쓰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의 급부상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게 아닙니다. 살을 내주고 뼈를 얻고, 스스로 팔을 잘라내 주면서 목숨을 구걸하고, 천금을 내어주면서 기술을 얻는 지독하고 눈물겨운 범국가적인 노력이 뒤에 있고 여기에 발맞춘 기업들의 첨단기술 올인 전략이 있었습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돈은 피보다 진하다'고 합니다. 돈에는 사상도 이념도 없습니다. 돈이 섬기는 신(神)은 단하나, '수익률 신(神)' 뿐입니다. 돈 되면 어디든 갑니다. 세계 최대의 시장과 세계 최고의 기술가치평가를 해주겠다는 중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장이 좁아진 세계의 첨단 기술기업들의 곁눈질이 이젠 곁눈질에서 그치지 않고 중국 진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서 공장을 빼서 미국으로 돌아오고, 중국 가지 말고 미국에 공장 지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세계 최고의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는 상하이에 최대 규모의 해외 전기차 공장을 지었습니다. 세계 1위 부자, 지금 세계기업인들 중에서 가장 앞서가는 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왜 중국에 최첨단 전기차 공장을 지었을까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중국 기술의 부상, 한국에 최대 리스크입니다. 그런데도 한국은 여전히 “중국가면 다 망한다, 아니다”. “중국은 위기다, 아니다!” 이런 얘기로 우리 끼리 갑론을박하면서 시간 다 보내고 있습니다. 눈을 똑바로 뜨고 매의 눈으로 중국을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이제 중국에 앞서는 것이라고는 메모리 반도체 하나 달랑 남은 한국, 국가 명운을 걸고 시도하는 중국의 '독한' 기술전략 무섭게 봐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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