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소송'에서 완패하면서 미 조지아주에 있는 SK이노베이션 공장이 발칵 뒤집어졌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 배터리에 대한 생산, 수입, 판매 등을 10년 동안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SK는 이번 소송 과정 내내 "SK가 패소한다면 미국 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어필해왔다.
10일(현지시간) 미 조지아주 지역언론인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은 "SK는 (ITC 명령에 따라) 조지아주 공장에서 배터리 생산을 멈춰야만 한다"며 "(SK로부터 배터리를 받기로 했던) 폭스바겐과 포드는 다른 공급자를 찾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 조지아주 지역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핵심 기업으로 꼽힌다. SK는 조지아주 잭슨카운티에 26억달러(약 3조원)를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약 3000명의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었다. 조지아주는 이번 공장 유치를 위해 SK 측에 약 3억달러 규모의 지원금과 무료 부지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지난해 12월 조지아와 인근 테네시주 일부 의원들은 SK와 LG에 합의를 촉구하는 편지를 보냈다. SK 패소가 확정돼 영업 제재를 받으면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조지아 인근 테네시주엔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한 폭스바겐의 전기차 공장이 있다.
팻 윌슨 조지아주 경제개발부장관은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과의 인터뷰에서 "SK가 (이번 패소로) 일정한 수준의 일자리 창출을 하지 못하면 재정적 인센티브를 회수할 수도 있다"고 했다.
남은 것은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지불할 손해배상규모다. 그간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 측에 실제 손해액, 징벌적 배상, 변호사비용 등을 포함해 2조원이 넘는 배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SK가 수주한 폭스바겐 등 배터리 공급계약도 LG의 원가 정보를 활용했다며 이 부분에 대한 보상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판결 직후 연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SK이노베이션과의 배상금 협상은 여러 차례 진행해왔고, 오늘 판결 이후 조만간 다시 협상이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SK 측이 제시한 안에 대해 지금 답변 드리기는 어렵고 SK가 진정성 있는 자세로 어떤 안을 제시한다면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SK이노베이션의 기술 탈취나 사용에 따른 피해는 미국에만 한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다른 지역으로 소송을 진행할지는 기본적으로 SK의 태도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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