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금융당국이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 가격과 연동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승인했다고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온타리오증권위원회(OSC)는 토론토 자산운용사인 퍼포스인베스트먼트가 설계한 '퍼포스 비트코인 ETF'를 승인했다. 퍼포스인베스트먼트 측은 "이 상품은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하는 ETF가 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보다 쉽게 암호화폐(가상화폐)에 접근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선물계약을 통해 비트코인을 거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토론토증권거래소에서 만기가 있는 폐쇄형 펀드(티커명 BTCC)를 구매할 수도 있다. 아서 살저 노스랜드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는 "이 ETF는 투자자들에게 몇 가지 이점을 제공한다"며 "예컨대 프리미엄 없이 순자산가치에 맞춰 비트코인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미국에서도 비트코인 ETF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13년 이후 미국에서 8개 회사가 비트코인 ETF 설립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현재 미국 자산운용사인 반에크 어소시에이츠와 암호화폐를 전문으로 하는 자산운용사 비트와이즈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자체 설계한 비트코인 ETF 신상품의 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에릭 밸쿠너스 블룸버그인텔리전스 ETF담당 애널리스트는 “그동안의 역사를 보면 캐나다가 새로운 ETF를 먼저 승인한 뒤 미국이 따라가는 사례가 많았다”며 "미국에서도 비트코인 ETF가 승인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비트코인은 이날 사상 최고치인 4만8975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63% 급등했고, 작년 3월 중순 이후로는 1130%가량 올랐다.
제도권에서 암호화폐를 인정하는 사례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 된 은행인 뉴욕멜론은행은 앞으로 자산운용 고객들을 위해 비트코인과 다른 암호화폐의 보유·이전·발행 업무를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국채와 주식 등 전통적인 보유 자산을 위해 사용하는 금융 네트워크를 통해 암호화폐를 취급할 계획이다. 로먼 레겔먼 BNY 멜론 자산서비스·디지털영업 CEO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통합 서비스를 발표한 최초의 글로벌 은행이 돼 자랑스럽다"며 "기업 고객들의 수요 증대에 따라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은행에 앞서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는 2018년 10월 비트코인 관련 사업에 관한 계획을 공개하고, 지난해 말 금융당국으로부터 가상화폐 영업 허가를 받았다. 아울러 마스터카드도 올해 중 자체 네트워크에서 특정 암호화폐를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 8일 미국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는 15억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구매했다고 발표했다. 테슬라 측은 SEC에 공시한 보고서에서 "향후 자산 일부를 디지털 자산에 더 투자할 수 있다"며 "가까운 미래에 우리 제품을 위한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받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잭 도시 트위터 CEO는 미국의 유명 래퍼이자 음원서비스업체 타이달을 운영하는 제이 지와 함께 비트코인 사용을 활성화하고, 민간 가상화폐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2360만달러 상당의 비트코인 500개를 기부해 펀드를 만들었다. 이 펀드는 비트코인 앞 글자를 따서 'B트러스트'라고 명명됐다.
도시와 제이 지는 '비트코인을 인터넷상의 통화로 만드는 것'이 활동 목표라고 설명했다. 우선 이 펀드를 통해 인도와 아프리카의 비트코인 개발 프로젝트를 지원할 계획이다. 앞서 도시는 지난 10일 워싱턴DC의 비영리 가상화폐 싱크탱크인 '코인센터'에도 100만달러를 기부했다.
도시가 가상화폐 개발 펀드의 주요 활동 방향으로 제시한 인도와 아프리카는 비트코인 사용을 활성화할 수 있는 거대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인도 정부는 비트코인 등 민영 가상화폐 유통을 금지하고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공식 디지털화폐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는 지난해 4억달러 규모의 가상화폐가 거래될 정도로 시장이 성장했으나 반정부 시위자금으로 비트코인이 사용되자 정부가 거래 규제에 나섰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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