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까지 디플레이션을 염려하다가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이 갑작스럽게 불거지면서 정책당국자나 투자자 모두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미국의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인 BEI(10년물 미국 국채금리-10년물 물가연동채권 금리)가 미국 중앙은행(Fed)의 물가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는 데서 비롯됐다.
인플레이션은 발생원인별로 정책?비용 상승?수요 견인으로, 물가상승속도에 따라 마일드?캘로핑?하이퍼로, 경기(경제 성장률)와 관련해 디플레이션?리플레이션?스태그플레이션으로 나뉜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이들 요인이 한꺼번에 겹쳐 순차적으로 나타나는 ‘다중 복합 공선형 인플레이션’도 눈에 띤다.
어빙 피셔의 화폐수량설(MV=PT, M은 통화량, V는 통화유통속도, P는 물가수준, T는 산출량)에 따르면 통화공급은 그대로 물가로 연결된다. 금융위기나 코로나 직후처럼 돈이 많이 풀린 상황에서 최근처럼 경제활력이 되살아나면서 돈이 돌기 시작하면 인플레이션이 갑자기 불거진다.
공급 면에서 국제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도 인플레이션 우려를 확산시키는 요인이다. 유가(북해산 브렌트유 기준)만 하더라도 코로나 직후 배럴당 20달러 밑으로 급락했다가 최근에는 60달러선을 넘어섰다.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하면 원자재 가격이 단기에 빨리 오르는 ’슈퍼 스파이크‘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정책과 공급 요인에 의해 촉발된 인플레이션이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 예측에는 실제(혹은 예상) 성장률에서 잠재 성장률을 뺀 ‘오쿤의 법칙(Okun’s rule)’이 활용된다. 결과치가 +%p일 때는 ‘인플레 갭’, -%p일 때는 ‘디플레 갭’으로 구분된다.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빨리 회복국면에 들어간 중국 경제는 올해 예상 성장률이 8∼9%로 인민은행이 추정하는 잠재 성장률인 6%보다 2∼3%p 높다. 가장 피해가 많았던 미국 경제도 올해 성장률이 4∼5%대로 예상돼 Fed가 추정하는 잠재 성장률인 2%를 기준으로 한다면 2∼3%p의 인플레 갭이 발생한다.
통화정책 면에서는 코로나 사태 직후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더 위험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테이퍼링을 추진하다간 경기와 고용시장이 더 침체되는 ‘에클스 실수’를, 경기와 고용시장을 살리기 위해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다간 인플레이션을 조장해 또 다른 위기를 발생시키는 ‘그린스펀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두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공존하는 여건에서 각국 중앙은행의 선봉장인 Fed가 어떤 행로를 걸을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통화정책 목표와 우선순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Fed는 2012년부터 전통적인 목표인 ‘물가 안정’에다 ‘고용 창출’을 양대 책무로 설정했다. 양대 목표끼리 충돌할 때에는 후자에 더 우선순위를 둬 통화정책을 운용해 왔다.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이 불거짐에 따라 증시에서 우려하는 테이퍼링은 당장 추진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고 최악의 경우 앞당겨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이 점을 고려해 투자자는 한편으로는 부채를 줄여 현금 흐름을 좋게 가져가고 다른 한편으로는 개별 종목투자에서 금융상품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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