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에서 3년째 660㎡ 규모의 PC방을 운영해온 A 사장은 지난해 12월 사업장 문을 닫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더는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영업시간이 제한되면서 이 사업장의 매출은 1년 만에 ‘반의반 토막’이 났다. 임대료, 전기요금 등 총 1000만원에 달하는 고정비 청구서는 매달 A 사장에게 돌아왔다. 그는 “시간을 끌수록 임대료 부담만 늘기에 대당 100만원에 들여놓은 최신 PC 본체 200대를 중고업자에게 대당 30만원에 던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방역정책을 잘 따랐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돌아온 것은 폐업”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4분기 폐업 점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가 본격화한 2분기 수치를 웃돌았다. 2분기 전국 점포 수는 256만9764개로 전 분기 대비 10만4002개 줄었다. 3분기 들어선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면서 폐점하는 점포가 1만109개로 감소했다. 하지만 4분기 들어선 다시 2분기 감소분의 1.5배 가까이 폐업 점포가 늘었다.
11월 말부터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면서 사업을 포기하는 소상공인들이 잇따랐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12월8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시행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유흥시설을 비롯해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학원 등이 문을 닫았다. 카페에선 실내 취식이 금지되고, 식당은 밤 9시 이후엔 포장·배달만 허용됐다. 이어 23일부터는 수도권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까지 시행되면서 크리스마스 등 연말 대목에 대한 기대마저 물거품이 됐다.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타격이 컸다. 대전(3분기 대비 -14.4%), 광주(-10%)는 4분기에 상점 열 곳 중 한 곳이 문을 닫았다. 이어 대구(-9.3%), 부산(-7.8%), 경기(-7.2%), 서울(-5.7%) 등 세종과 제주를 제외한 나머지 15개 광역시·도 모두 4분기 들어 소상공인 점포가 줄었다.
학원, 독서실 등이 있는 학문·교육 업종의 점포 감소 폭이 두 번째로 컸다. 지난 3분기 19만4827개였던 학문·교육 관련 점포는 4분기 들어 17만5809개로 9.8% 줄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선 15.8% 감소했다. 슈퍼마켓, 의류점 등 오프라인 상점이 해당하는 소매 업종은 3분기 84만8474개에서 4분기 77만45개로 9.2% 줄었다.
미용실, 예식장 등 생활서비스 업종은 4분기에 전 분기(42만5874개) 대비 9% 감소한 38만7687개 점포가 남았다. 이어 부동산(전 분기 대비 -5.8%), 숙박(-4.6%)도 4분기에 점포 수가 줄었다. 반면 스포츠와 음식 업종은 각각 12.8%, 0.9%씩 점포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스포츠 업종은 실내 종합 스포츠시설인 스포츠센터 등이 증가하면서 3분기 3891개에서 4분기 4389개로 늘었다.
지난해 폐업하는 소상공인이 급증하면서 전국 상가 공실률은 지난 2·3·4분기 3분기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3층 이상 또는 전체면적 330㎡ 초과) 공실률은 12.7%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경북(19%), 세종(18.6%), 충북(17%), 전북(17%), 대구(16.8%), 울산(15.6%) 등 서울·경기·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의 공실률이 1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가 열 칸 중 한 칸 이상은 비어 있다는 뜻이다.
집합금지·제한 명령으로 손실을 본 소상공인업계 곳곳에서도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김형순 대한외식업중앙회 중구지회장은 “2019년 매출을 기준으로 재난지원금을 주는 탓에 매출 기준 초과 등으로 2·3차 재난지원금 모두 받지 못한 자영업자가 수두룩하다”며 “형평성이 떨어지는 재난지원금보다는 무이자 대출, 대출 상환 연장 등 실효성 높은 보상 방안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서울 암사동의 한 PC방 사장은 “100만원, 200만원 현금을 모두에게 쥐여줄 게 아니라 실제로 영업제한을 당한 업체들에 임대료, 전기세 등 고정비 손실 부문만이라도 보전해주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혁신전략연구단장은 “정부의 행정명령을 따르면서 손실을 본 소상공인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며 “재정부담을 크게 늘리는 현금 지원방식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못한 점을 고려해 정부와 정치권에서 운용의 묘를 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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