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인 설날. 가족과 함께 모여 새해를 축하하는 자리에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세배와 세뱃돈이다. 설날 연휴는 학생과 아이들이 친척 어른들에게 돌아가며 세배를 해 1년 중 가장 많은 돈을 받는 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족 간 모이기가 어려워진 이번 설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 3사가 영상통화 무료 지원을 통해 온라인 세배를 가능케 했다.
세뱃돈은 일종의 축하금이다. 결혼식 축의금 등과 비슷하게 여겨진다. 대체로 축하금은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일부 자산가는 세뱃돈을 통해 상당액의 자금을 자녀에게 증여하기도 한다. 대학이나 중·고등학교 등 상위 학교 진학을 앞둔 자녀나 친척들에게 입학 축하 명목까지 더해 많게는 수백만~수천만원을 세뱃돈으로 주는 경우도 있다. 거액을 세뱃돈으로 받으면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이를 근거로 세뱃돈은 비과세 항목의 하나로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비과세 항목으로 명시된 금품의 종류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이라는 법 문구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몇십만원의 세뱃돈을 받아 용돈으로 쓰는 정도는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범위에 들어 비과세되지만, 거액의 세뱃돈을 반복적으로 받는 경우는 이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과세 대상이 된다는 게 법의 취지라는 것이다. 따라서 자녀가 매년 거액의 세뱃돈을 받아 그 총액이 증여세 비과세 기준을 초과하게 되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
증여세 비과세 한도는 미성년 자녀(만 19세 미만)일 경우 10년간 2000만원이다. 예컨대 초등학생 저학년 시절부터 자녀에게 만 19세가 되기 전까지 매년 500만원씩, 10년간 총 5000만원의 세뱃돈을 줬다면 2000만원을 초과하는 3000만원에 대해선 증여세를 내야 한다. 자녀가 만 19세 이상의 성년일 경우에는 비과세 한도가 10년간 5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자산가인 큰아버지가 조카에게 거액의 세뱃돈을 줬을 때는 미성년 여부와 관계없이 비과세 한도가 더 적어진다. 10년간 1000만원까지만 비과세 된다. 조카에게 10년간 매년 500만원씩 세뱃돈을 줬을 경우 4000만원에 대해서는 증여세가 부과된다.
같은해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도 인사청문회에서 아들의 4000만원 예금 출처를 ‘세뱃돈과 용돈’이라고 답해 주목을 받았다. 그 다음해인 2018년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도 장관 후보자 시절 두 살 손자가 2200만원의 예금을 보유하게 된 경위에 대해 “친척과 지인들이 준 돌잔치 축하금과 세뱃돈을 모은 돈”이라고 했다.
증여세율은 과세표준에 따라 10~50%다. 공제한도 등을 제한 후의 과세표준이 1억원 이하일 경우 10%가, 30억원을 초과할 경우 50%가 부과된다. 세뱃돈은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잘못된 지식으로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 증여세를 내게 되면 가산세가 붙는다. 일반 무신고는 신고 대상 금액의 20%를 가산세로 내야 한다. 의도적으로 속여 신고하지 않는 부정 무신고로 분류되면 가산세가 40%까지 올라간다. 미납기간에 대한 납부지연가산세도 매일 0.025%씩 더해진다.
자녀 명의로 증권 계좌를 열어 삼성전자 같은 초우량주에 장기 투자해 나중에 해당 종목들의 주가가 많이 오르면 증여세를 최소화하면서 자녀들의 재산은 크게 늘려줄 수 있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미성년 신규 계좌 개설 수는 6만 개로 2019년보다 여섯 배 많아진 것은 주가가 급등한 가운데 이런 증여 수요가 증가한 결과로 분석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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