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워킹맘 김모씨(41)는 방학 동안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대신 ‘가정용 인공지능(AI) 영어 교사’를 두기로 선택했다. 아이가 어떤 수업을 듣고 과제를 어느 정도 했는지 학부모가 앱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도 덜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이가 영어학원에 재미를 붙일 때쯤 학원이 휴업해 아쉬웠는데, AI 학습지가 빈자리를 잘 메꿔 주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교육이 빠르게 자리매김하면서 국내 에듀테크(교육+기술) 시장도 진화하고 있다. 기존 영유아·초등생 중심 학습지 업체들은 일찌감치 정보기술(IT) 업체로의 변신을 선언하고 비대면 교육 시장 선점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에듀테크 시장이 2027년까지 2852억3000만달러(약 315조74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교육업체의 경쟁력은 AI 기술이다. 웅진씽크빅은 지난해 12월 ‘시선 추적 기능’을 교육 프로그램과 연계한 특허를 취득했다. 아이가 문제를 풀면서 보이는 눈동자 움직임을 추적해 문제풀이 중 나타나는 습관을 AI가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풀이 시간, 정답률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난이도까지 AI가 알아서 조절한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아이스크림에듀도 지난해 말 3건의 에듀테크 관련 특허를 취득했다. AI가 문제은행에서 학습자의 취약점 해결에 적합한 문제를 추려내 제공하고, 학습 목표를 설정하면 AI가 자동으로 최적의 학습 계획과 문제 등을 추천해 주는 기술이다. 교원은 지난해 설립한 ‘AI 혁신센터’를 통해 AI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00여 명의 전담 인력 중 IT 개발자가 40%를 차지한다. 대교는 스타트업 투자를 통한 기술력 확보에 치중하고 있다. 2018년 AI 수학교육 업체인 ‘노리’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엔 빅데이터 분석 스타트업인 라이브데이터에 2억원을 투자했다.
교육업계에서는 올해 에듀테크 시장의 ‘진짜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교원은 지난달 비대면 수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화상 전문교사를 40% 이상 충원한다고 밝혔다. 대교는 AI 교육 브랜드 ‘써밋’에 어휘력 부문을 신설했다. 웅진씽크빅 역시 SK텔레콤과 교육 상품 할인 제휴를 맺고, 본격적인 회원 수 확대에 나섰다. 웅진씽크빅 관계자는 “초등·영유아 교육 시장이 현재 에듀테크 시장의 주요 타깃”이라고 설명했다.
이투스교육은 올해 IT 직원 100여 명을 신규 채용하고, 2022년까지 400명 넘는 인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IT 기업과의 기술력 제휴도 강화한다. 이투스교육은 지난해 8월 위세아이텍과 함께 AI 플랫폼 개발을 위한 합작법인 ‘에듀에이아이’를 출범했다. 메가스터디교육도 지난달 AI 스타트업인 스켈터랩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협약을 맺었다. 메가스터디 관계자는 “스켈터랩스가 보유한 자연어처리 기술 등을 교육 시장에 적용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듀테크 활성화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글로벌 에듀테크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글로벌 에듀테크 시장 규모가 2027년 2852억3000만달러(약 315조74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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