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건강보험 총수입이 73조4185억원, 총지출이 73조7716억원으로 집계됐다고 15일 밝혔다. 지출이 수입보다 3531억원 많아 그만큼이 당기수지 적자로 기록됐다.
2011년부터 매년 흑자를 내던 건보 재정은 2018년 적자(-1778억원)로 돌아섰다.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가 본격화된 영향이다. 2019년엔 적자가 2조8243억원으로 커졌다. 작년에도 당기수지가 마이너스를 기록해 3년째 적자를 이어가게 됐다.
다만 작년 적자폭은 2019년보다 약 2조4000억원 줄었다. 건강보험종합계획상 재정적자 전망(2조7275억원)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건보공단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들이 병원 가기를 꺼리면서 의료비 지출 증가율이 둔화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작년 감기(-47.0%) 인플루엔자(-97.4%) 등 호흡기 감염 환자 수는 전년보다 48.1% 감소했다. 이런 영향으로 작년 건보 지출 증가율은 4.1%로 전년(13.8%) 대비 큰 폭으로 둔화됐다.
보험료 등 수입 증가율(7.9%)도 전년(9.6%)보다 하락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보험료 경감과 징수율 하락 등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이 수입보다 지출 쪽에 크게 나타나면서 재정적자 축소로 이어졌다.
작년 건보 수입이 7.9% 증가한 데는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 건보료가 11월 9.0% 상승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지역가입자 건보료는 매년 11월 소득·재산 변동을 반영해 조정되는데 작년엔 공시가격 상승 등으로 예년보다 크게 올랐다.
3년 연속 적자로 2017년 말 20조7733억원이던 건보 적립금도 작년 말 17조4181억원으로 줄었다. 정부가 건강보험종합계획을 통해 예상했던 작년 말 적립금(15조437억원)보다 2조원 이상 많은 수준이다.
작년엔 건보 재정 관리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했지만 올해는 다시 적자폭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올해 건보료는 작년 소득을 기반으로 책정된다”며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소득 타격이 반영돼 보험료 수입이 쪼그라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의료비 지출 행태가 정상화되고, 문재인 케어와 고령화로 인한 지출 증가가 더해지면 건보 재정이 더 불안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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