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계에선 D램 고정거래가격이 올해 계속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1분기에 서버용 D램 등 D램 평균 판매가격이 전 분기보다 최대 10%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파운드리 생산이 수요를 못 따라잡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그래픽처리장치(GPU), 자동차용 반도체 등을 생산할 수 있는 7㎚(나노미터, 1㎚=10억분의 1m) 미만 초미세공정의 생산능력 한계 때문이다. 초미세공정엔 네덜란드 ASML이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장비가 필수적인데, 연간 생산량이 40대 수준이다.
반면 AI, 5G 등의 확산과 자동차 전장(전기·전자장치) 기술 발전 등으로 AP, GPU, 차량용 반도체 등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자동차,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원하는 만큼 반도체를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후폭풍은 자동차와 전자업체가 맞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기업 GM, 아우디폭스바겐그룹 등은 전장용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1분기에 중국, 북미 등에서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다.
지난 4일 대만 파운드리업체 VIS는 올해 시설투자(CAPEX) 규모를 51억대만달러(약 2040억원)로 결정했다. 지난해 투자액(35억4000만대만달러) 대비 44.1% 증가한 규모다. VIS는 고객사 주문을 받아 주로 지름 8인치(200㎜) 웨이퍼(반도체 원판)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세계 6~7위권 업체다. 차량용 반도체 주문이 쏟아지는 영향으로 전년 대비 시설투자 규모를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에선 키파운드리가 조만간 증설에 나설 계획이다. 키파운드리는 매그나칩에서 분리돼 지난해 3월 사모펀드(PEF)에 매각된 8인치 파운드리업체다. 후방감지 센서 등을 주문받아 생산한다.
대만의 TSMC, UMC 등은 차량용 반도체 생산라인을 증설하거나 일부 라인을 차량용으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등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 후발주자들엔 반도체 품귀 현상이 오히려 ‘긍정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자동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 ‘엑시노스 오토’ 등을 독일 아우디에 공급했고 차량용 D램도 개발·생산 중이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사업 강화를 위해 전문인력 경력직 채용도 시작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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