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농림축산식품부는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이날부터 2주간 고병원성 AI 발생에 따른 예방적 살처분 기준을 발생농장 반경 3km 이내의 모든 가금류에서 1km 이내의 동일 가금류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오리를 키우는 A농장에서 AI가 발생했을 경우 3km 이내에 있는 오리, 닭, 메추리 등을 모두 살처분했지만 이제는 1km 이내에 있는 오리만 살처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조치에 대해 최근 AI 발생 건수가 감소 추세를 보여 기준을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와 환경부에 따르면 야생조류 일평균 AI 발생 건수는 1월 3.5건에서 2월1~12일 2.75건으로 줄었다. 농장발생 건수는 같은 기간 1.4건에서 0.83건으로 감소했다.
정부는 살처분 범위 축소로 인한 방역 문제를 감안해 AI 전수 조사를 추진키로 했다. 알 생산 가금농장은 2월말~3월초께, 육용오리는 금주내 일제 검사를 한다는 방침이다. 출하전 간이검사를 하는 육계와 토종닭은 출하전 정밀검사로 전환하고, 산란계와 종계는 매달 한번씩 하던 간이검사를 2주에 한번씩 정밀검사로 변경한다. 예방적 살처분 완화조치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2주가 경과되지 않아도 방역 조치를 다시 강화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식품업계 등에선 정부의 이번 조치가 계란 값 폭등에 따른 고육책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고병원성 AI가 최근 제주의 농장에서 처음 발생하는 등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예방적 살처분 완화조치가 내려져서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계란(특란 30개) 소비자 가격은 지난달 상순 6000원에서 지난 10일 7481원으로 24.6% 뛰었다. 정부가 긴급할당관세를 적용해 무관세로 미국산 계란을 수입한 1월28일 이후에도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계란 수입을 시작했는데도 가격이 낮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자 살처분 수를 줄이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계란과 함께 닭도 수입해 가격 안정을 지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2월말까지 2400만개의 신선란을 수입하고, 6월까지 5504만개분에 해당하는 1180톤의 가공란도 들여올 예정이다. 1월말까지 산란종계 13만9000마리도 수입했다.
박병홍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AI 바이러스의 전체적인 위험은 다소 줄어들어 살처분 대상은 축소했다"면서도 "축산 관계자들의 바이러스 제거 및 방역수칙 준수에 대한 각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계란 수급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수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계획 물량의 차질없는 수입 등 수급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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