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생후 16개월 아동이 양부모의 학대로 목숨을 잃는 사건(정인이 사건)이 벌어지는 등 아동학대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정부는 학대의심 신고가 한해에 2차례 이상 접수될 경우 아이와 부모를 떨어뜨리는 '즉각분리제도'를 도입한다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최근 "학대로 오해를 받아 억울하게 6세 아들과 분리조치됐다"고 주장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이들은 아동보호기관과 수사기관이 충분한 사실확인 없이 '방임'으로 결론짓고 아이를 빼앗았다며 관련자 5인(출동경찰관 2인, 아동보호전문기관장 포함 3인)에 대한 고소장을 지난 9일 경찰에 접수한 상태다.
청원인 유모씨(42)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경기 고양시에서 경찰은 유씨의 아들 유모군(4)에 대한 학대 의심신고를 접수해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사 2명과 함께 현장 조사를 했다. 이들은 ‘비위생적인 주거환경을 조성했다’는 사유로 유씨 부부와 아이를 분리 조치했고 이튿날 유씨 부부에게는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으로부터 '3월 29일까지 보호시설에서 100m 이내 접근금지'라는 임시조치 결정이 내려졌다.
유씨는 "방 두 칸 연립주택 내부에 냉장고가 비어 있고, 설거지가 안 돼 있으며 책과 옷가지 등이 심하게 어질러져 있다는 이유로 (법원이) 방임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부모의 의사에 반해 아동을 강제로 빼앗아갔다"고 했다.
그는 "당시 집안이 더러웠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일시적인 상황이었고 가정마다 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그 이유가) 아이를 방임하거나 학대한다는 판단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 부부는 "맞벌이를 하는 상황으로 엄마가 방문교사라 집안에 교재가 쌓여 있었다. 욕조가 낡아있었던 건 오래된 월세집이라 사정이 어려워 그랬던 것"이라며 "욕조에서 아이를 씻기거나 아이를 굶긴 적은 결코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즉각분리제도'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드러난 모습만으로 단순 훈육인지 학대인지 경계가 모호할뿐더러 실제 학대 부모라 할지라도 아이가 어릴 경우 분리를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부모들은 학대 및 방임이 아니라며 반발하지만 이들의 주장을 검증할 마땅한 방법도 없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분리를 마음대로 시키면 안 된다. 분리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기관의 분리 결정이 제대로된 결정인지 신뢰를 할 수 없으면 반발이 따를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현재로서는 아동보호전문기관 담당 직원들의 근속연수가 높지 않은 경우도 많고 분리 결정 조건 또한 2회이상 신고가 있어야 하는 등 일률적인 게 문제"라며 "지금보다 담당 인력의 전문성을 훨씬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