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아이콘' 애플이 전기자동차 개발 파트너를 찾기까지 좌충우돌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1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닛산은 애플과 최근 진행한 자율주행 전기차 '아이카' 협력 논의를 중단했다. 협력 논의는 고위 경영진 수준까지 진전되지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결렬의 주된 이유는 애플의 제왕적 주도권 갖기에서 비롯된 이른바 '갑질'로 지목됐다. 애플은 닛산에게 아이카를 제조해 납품하는 하청업체 역할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애플이 아이카의 소프트웨어는 물론, 하드웨어 통제권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닛산 공장에서 아이카가 생산된다면 닛산 차량에 애플 운영체제인 'iOS'를 탑재하는 방식이 아니라 폭스콘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조립해 납품하는 것 같은 아이카가 돼야 한다는 논리다.
이러한 애플의 요구에 닛산은 협력 논의를 짧게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일 우치다 마코토 닛산 최고경영자(CEO)가 "지식이 있고 경험이 풍부한 기업과 파트너십과 협업을 통해 협력해야 한다"고 언급할 정도로 애플과의 협력을 희망했지만, 이러한 조건은 고위 경영진이 논의할 가치도 없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앞서 애플과 아이카 협력을 논의했던 현대·기아차도 같은 이유에서 협의를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8일 공시를 통해 '애플카' 생산과 관련해 애플과 협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협의를 중단한 구체적인 이유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는 기술은 공유하지 않고 차량만 받아가겠다는 애플의 요구가 협상 결렬의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기술력을 갖춘 완성차 제조사가 단순 하청업체를 자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애플의 아이카 협력 대상 제조사 가능성이 거론됐던 폭스바겐도 "애플과 전기차 경쟁이 두렵지 않다"며 협력 가능성을 일축했다.
헤르베르트 디스 독일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전일 독일 언론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 인터뷰에서 "자동차 산업은 단번에 인수할 수 있는 일반적인 기술 분야가 아니다"며 하청업체를 자처하는 대신 애플과 경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애플이 완성차 제조사와 협업에 거듭 실패하는 것에 대해 CNN은 "(폭스콘의) 복사판이 되는 건 주요 자동차 업체가 피하고 싶어 하는 일"이라며 애플에게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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