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안 주고 현금청산이라니…" 서울역 쪽방촌 반발

입력 2021-02-15 17:20   수정 2021-02-16 00:33


“‘내집 마련’을 기다려온 소유주를 모두 투기꾼으로 취급하는 것 아닙니까. 명백한 사유재산권 침해입니다.”

서울 용산구 후암특별계획1구역(동자)준비추진위원회의 오정자 추진위원장은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추진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역 인근 동자동 쪽방촌을 고층 아파트 단지로 바꾸겠다는 정부 계획에 ‘결사반대’(사진) 의견을 재차 밝혔다. 정부는 지난 5일 동자동 일대 4만7000㎡에서 공공주택지구사업을 통해 공공임대 1250가구와 공공분양 200가구, 민간분양 960가구 등 241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기습 발표했다. 추진위는 “서울시와 용산구는 이번 정부 발표와 무관하게 연말 발표 예정인 동자동 일대 복합도시 계획안의 용역을 진행 중이었다”며 “소유주들은 (공공주택지구사업) 강제 지정을 전면 취소하고 원래 추진하던 대로 민간 주도 개발을 원한다”고 했다.

소유주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신축 아파트 입주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당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국토교통부는 해당 지역 거주자에 한해 공공분양 혹은 민간분양 우선공급권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해당 지구에 거주하지 않는 소유주에게는 무주택자에 한해 공공분양 특별공급권을 부여할 예정이다.

추진위는 거주하지 않으면 현금청산 대상이라는 방침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오 위원장은 “동자동 쪽방촌은 수십 년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거주 환경이 열악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소유주가 많아 실거주 비율이 10% 미만에 불과하다”며 “현금청산 당하면 내 집을 싸게 팔고 양도세와 취득세까지 내면서 다른 집을 사서 들어가야 하는 것이어서 소유주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2026년까지 다른 지역에서 추가로 주택을 구입하지 못하게 막은 것도 지나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셋집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작은 빌라나 소형 주택이라도 구입하면 바로 새 아파트 분양권이 날아가는 것”이라며 “정부의 사업 진행 방식은 아파트 분양을 기다려온 중산층 서민의 꿈을 짓밟는 폭압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추진위는 대규모 반대 집회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오 위원장은 “기존에 추진하던 민간 재개발에도 쪽방 거주민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등 상생안이 포함돼 있다”며 “정부는 기습 발표를 하고 설 연휴를 포함한 2주 안에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하는 등 ‘졸속 행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공공주택지구는 지정 자체가 기밀이라 미리 주민 동의를 받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시세를 반영한 감정평가에 근거해 소유주에게 충분한 현금보상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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