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에는 약 20만 회분 코로나19 백신을 보급하도록 배정했다. 미국 50개 주 중 22개 주에 걸쳐 월마트 매장 1000여 곳에서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미국 최대 약국 체인 CVS는 뉴욕,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11개 주 보급용 백신 25만 회분을 받았다. 미 정부는 각 기업에 대해 코로나19 보급 지역을 차차 더 늘릴 예정이다.
미 정부가 민간 유통기업과 백신 협력에 나선 이유는 높은 접근성 때문이다. 보건소나 병원이 없는 지역에도 마트나 드러그스토어 매장은 있다. 월마트는 미 전역에 오프라인 매장 4700여 곳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엔 매주 방문 고객 수가 1억4000만 명에 달했다. CVS의 매장 수는 미국 내에만 9900여 곳에 이른다. 톰 밴 길더 월마트 최고 의료책임자(CMO)는 “미국 인구의 90%가 월마트로부터 10마일(약 16㎞) 이내에 산다”며 “백신 공급 여력만 따라준다면 매월 1000만~1300만 회분을 접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류망도 마찬가지다. 미국 정부는 작년 11월 일찌감치 월마트에 코로나19 백신 유통을 맡겼다. 월마트는 매일 육류, 채소, 유제품을 매장까지 운반·관리하기 때문에 일반 의료기관엔 부족한 저온 유통망(콜드체인)을 미 전역에 걸쳐 갖추고 있어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도 최근 조 바이든 행정부에 백신 보급을 돕겠다고 제안했다. 아마존은 지난 10년간 수십억달러를 들여 화물 운송용 항공기와 트럭을 사들이는 등 배송업계에서 덩치를 키워왔다. CNBC에 따르면 최근엔 운송허브와 창고를 하루 하나꼴로 늘리고 있다. 정부가 따라갈 수 없는 규모다. 미국 유통시장정보업체인 글로벌데이터리테일의 닐 샌더스 본부장은 “아마존과 월마트 등 대기업은 미 전역에 효율적인 물류 유통 네트워크를 구축해놨다”며 “매일 수백만 명에게 물건을 팔거나 배송하고 있으니 백신 대량 보급도 쉽게 도울 수 있다”고 했다.
민관 협력은 각 기업에도 이득이란 평가다. 일단 새로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와 협력을 늘려 우호적인 입지를 다질 수 있다. 미국에서 의약품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유통기업이 적극 협력하는 이유다.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 의약품 유통 노하우를 쌓을 수 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의약품은 다른 제품에 비해 부피가 작아 물류비용은 적게 들고, 반복 구매가 잦아 수익성이 높은 분야”라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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