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주 기자] 작년 3월 ‘Cassette’로 데뷔한 데미안은 ‘KARMA’, ‘YES’를 차례로 발매하며 수많은 리스너들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매력적인 음색과 유쾌한 스토리텔링으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 싱스틸러로서의 진가를 톡톡히 발휘한 것. 그러나 이에 안주하지 않고 네 번째 싱글 앨범 소식을 알려왔다.
마치 카멜레온처럼 여러 빛깔을 흡수하는 그는 이번 화보 촬영에서도 다양한 변주를 꾀했다. 톤 온 톤의 헤어와 스타일링으로 온통 파랗게 물드는가 하면 블루 천을 활용해 시크한 매력을 배가시켰다. 이어 과감한 레이어드와 볼드한 액세서리도 멋스럽게 소화하며 감탄을 자아냈다.
네 번째 싱글 발매를 앞둔 그는 “어느 순간 사람을 잘 믿지 못하게 되면서 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며 “이번에는 ‘사랑’에서 보다 확장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곡의 주된 정서가 고독과 우울이기 때문에 블루 컬러로 염색해 스타일 변신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가 지향하는 관계에 대해 “서로 의지가 되면서도 지나치지 않았으면 한다. 도움 없이 온전히 서 있을 수 있는 사람만이 건강한 사랑을 줄 수 있다. 또 모두가 완벽히 맞을 수 없기에 그저 서로를 더 낫게 만들 수 있는 관계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특별히 이번 앨범은 던(DAWN)의 피처링이 더해질 예정이다. 이에 “노래를 완성하고 던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대개 속이 무너질수록 겉을 더 키우려고 하기 때문에 화려하면서 삐딱한 이미지가 필요했다”며 이어 “녹음을 각자 해서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보내준 첫 작업물이 만족스러워 수정 없이 그대로 사용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줄곧 혼자 해오던 작업과는 어떻게 다른지 물으니 “처음 작업할 때는 피처링을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 목소리가 얇고 맑은 편이라서 반대되는 톤이 들어가면 노래가 더 풍성해질 것 같아 중간에 경로를 바꿨는데 예상대로 더 조화롭고 시너지가 생겼다”고 전했다.
이처럼 매 순간 음악 작업에 최선을 다하는 그에게 영감의 원천을 묻자 “보통 코드를 통해 악상을 떠올리고 노래나 영화 같은 매개나 느끼는 감정에서 소스를 얻는다. 그렇다고 있는 그대로를 곡에 풀어내기보다 주관적으로 상황을 해석하고 녹여내는 편이다. 스토리가 더 드라마틱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각색에 많이 신경 쓴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최근에는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물으니 “무난하고 무탈한 삶에 대한 고마움을 깨달았다. 평탄한 사람이 되기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왔다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았다”며 “어렸을 때 원활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친구들이 부러워 나 자신을 많이 바꾸고 고치곤 했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이제는 결핍이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적어졌고 또 현재의 행복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의 노래 곳곳에는 다양한 색이 공존한다. 이에 “키스 해링은 색을 하나의 기호처럼 쓰더라. 집중할수록 무언의 힘이 느껴져 이를 노래에 적용했더니 곡의 메시지 전달과 이해가 한결 쉬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예술가가 그러하듯 창작에는 고통이 따른다. 그 역시 멈칫하는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고. “창작은 쥐어짜면 티가 나기 때문에 그 순간 바로 다른 일을 하는 게 생산적이다. 물론 그렇게 2~3일 정도를 소요하면 자책감에 괴롭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며 웃어 보였다.
그렇다면 가장 만족스러운 작업물을 묻자 “가수가 되기 전 사운드클라우드에 처음 올린 ‘run away’라는 곡이다. 좋아하기 때문에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경험에서 비롯되었고 자존감이 결여될 때 내가 어떤 모션을 취해왔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들어도 정확히 그 상황으로 돌려놓는 애증의 노래”라고 고백했다.
물론 그가 꿈을 단번에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상황에 대해 “회사에서 연락이 처음 왔을 때는 느낌표보다 물음표가 컸다. 나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는지 짐작할 수 없었고 어느 정도 무게의 연락일까 싶었다. 음악 플랫폼에 자작곡 몇 개 올린 게 전부였으니까. 또 연락이 뜸해서 기대를 접고 있었는데 최종 미팅 후 계약 의사를 전해 와서 정말 놀랐다”고 회상했다.
이름을 알린 지 1년도 채 안 된 그가 신예로 불리는 이유는 모든 뮤직비디오가 100만 뷰 이상을 기록했기 때문. 이를 가능케 한 비결을 물으니 “대중가요보다는 내적이고 인디 음악보다는 콘셉추얼하다는 것. 경계가 모호하지만 그런 부분을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렇게 팬들을 염두에 둔 음악을 하게 된 그는 “전에는 사사로운 기분을 적는 일기장 같은 느낌에 그쳤다면 지금은 ‘듣는 이도 과연 재미있을까?’ 하는 아티스트로서의 고민을 더 하게 되었다”며 성숙한 면모를 드러냈다.
궁극적으로 어떤 가수가 되고 싶은지 물으니 “내 이야기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끔 여지를 내어주는 아티스트이고 싶고 내가 말하는 메시지를 잘 모르더라도 재미있게 소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함께 작업하고 싶은 뮤지션으로 자이언티와 아이유를 꼽은 그에게 이유를 묻자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가에 대한 답에 일치하는 분들이다. 그냥 들어도 좋은데 의미를 알고 들으면 훨씬 풍요롭고 재미있다”고 설명했다.
데뷔 1주년이 머지않은 그에게 감회를 물으니 “1주년은 당연히 팬 미팅을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코로나와 맞게 되어 아쉬움이 크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찾아와줬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한편으로는 안도감도 든다. 농담 삼아 사이버가수 아담이 된 거 같다고 했는데 올해는 꼭 무대에 서고 싶고 앞으로 알찬 작업과 멋진 모습으로 관심과 사랑에 보답하겠다”고 알렸다.
에디터: 이진주
포토그래퍼: 박경철
니트: 메종 마르지엘라 by YOOX
모자: 고로고라
링: 고이우
브레이슬릿: 포틀
스타일리스트: 이명선, 서민우
헤어: 유동선
메이크업: 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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