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한 웨딩업체가 아동 결혼을 장려하는 광고를 내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경찰은 즉각 수사에 나섰다.
16일(현지시간) 스트레이트 타임즈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결혼정보업체 '아이샤 웨딩'은 "여자들은 12살부터 결혼해야 한다"며 "그들의 의무는 남편을 섬기는 것"이라고 광고했다.
아이샤 웨딩은 "안정적이고 행복한 가정을 위해 최대한 빨리 남자에게 의존하라", "부모님께 부담을 주지 말고 더 일찍 남자를 찾아야 한다", "알라를 기쁘게 하기 위해 12~21세 여자 아이들은 결혼해야 한다" 등의 광고 문구를 올렸다.
또 "딸을 위해 남편감을 구하고 싶은 부모님들은 딸의 사진과 정보를 보내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광고에는 구시대적 혼인 인식이 그대로 드러났다.
논란이 일자 인도네시아 아동보호위원회(KPAI)는 업체를 경찰에 고발하는 등 현지 여론이 들끓고 있다. 여성아동보호부 또한 "결혼정보업체에 보내진 아동의 개인정보는 성적·경제적 착취, 인신매매 같은 다른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경찰은 즉각 수사에 나섰고 해당 업체의 홈페이지는 폐쇄됐다.
인도네시아에선 2019년 개정된 법에 따라 부모 동의 없이 결혼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이 남녀 모두 21세다. 21세 미만은 부모 동의를 받아야 한다. 아동 결혼을 방지하기 위한 인도네시아 정부의 의지 표명인 것이다. 지방에선 아동 결혼 반대 운동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지에선 여전히 혼인 신고 없이 이슬람 율법에 따라 행해지는 '니카시리'(비밀 결혼)가 일어나고 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소녀 10명 중 7명이 18세 이전에 결혼한다.
아동·여성단체들은 "10대 소녀의 임신은 유산과 조산, 저체중아 출산, 사산 등으로 이어져 건강을 해칠 수 있고, 교육을 통해 능력을 향상할 권리를 침해한다"며 미성년자 혼인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효과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여성의 법정 혼인 최저연령이 16세에서 19세로 상향됐다. 법정 혼인 최저연령은 상향됐지만 여전히 법률과 상관없이 부모들이 요구하면 종교 당국 승인하에 미성년자들이 결혼할 수 있다. 미성년자 결혼은 인도네시아 여러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계속되고 있어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조혼 금지'를 정책 5대 순위에 넣기도 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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