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올해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최근 전기차 시대 전환에 정부가 힘을 더하면서 완성차업체 간 격차가 한층 깊어지는 모습이다.
1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장 점유율 83%(2020년 판매량 기준)를 차지한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한층 승승장구할 전망이다. 자체 전기차 전용 플랫폼까지 구비하고 오는 23일 아이오닉 5를 시작으로 기아 CV, 제네시스 JW 등 전기차 출시에 본격 박차를 가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중견 3사는 전기차 원년 시대를 맞아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3사는 현재까지 별다른 전기차 신차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쌍용차는 전기차 e-모션을 출시할 계획이지만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은 본사로부터 전기차 생산 물량을 받지 못했다. 경영 여건도 쉽지 않다. 한국GM은 2018년 군산공장 폐쇄 이후 배정 물량이 줄고 있고, 유동성 위기에 빠진 르노삼성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GM 쉐보레 볼트 EV, 르노삼성은 조에 등을 수입·판매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 판매량은 저조하다. 지난해 볼트 EV 판매량은 전년 대비 61% 감소한 1579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르노 조에는 840대 팔렸다. 지난해 국내에서 모델 3 한 차종으로 판매량 1만대를 달성한 테슬라와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히 느껴진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강화하면서 중견 3사의 위기감은 더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전날 '온실가스 관리 제도' 이행 실적(2012~2019년)을 공개하고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되는 기준을 확정·공포했다. 이에 따르면 환경부는 2021년 97g/㎞, 2025년 89g/㎞, 2030년 70g/㎞로 단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조여 나갈 방침이다.
업계는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라인업이 충분하게 구비되지 않은 중견 3사의 경우 강화된 규제에 발맞출 여력이 없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당장 올해 기준을 맞추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쌍용차와 르노삼성은 2019년 배출 기준 달성에 실패했다. 과거 초과 달성분을 이월하더라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400억원에 육박하는 과징금을 물어야 할 판이다.
정부 기준을 충족하려면 전기차, 수소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판매량을 늘려야 하는데 이에 대응할 만한 무기가 없다는 게 문제로 꼽힌다. 쌍용차와 한국GM, 르노삼성은 현재 전기차를 제외하고 수소차, 하이브리드차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중견3사는 자동차 업계가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는 각종 '모빌리티'는 고사하고 당장 이렇다 할 전기차도 없는 상황"이라며 "이대로면 국내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라고 예상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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